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4개월…“사각지대 해소” 12월 제도 개편 목소리

입력 2023-09-24 06:00

지난 6월 1일부터 시행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으로 지금까지 6063건이 피해 인정을 받았다. 다만 피해자 인정을 못 받은 경우도 10%에 달해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구제를 받기 어려운 다가구주택 등 피해 사례를 살펴 제도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지원회는 지난 20일까지 10차례 회의를 열고 7092건의 전세사기 피해자를 심의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된 건수는 6063건으로 85.5%에 달하지만, 부결된 경우도 664건(9.4%)이었다. 보증 보험에 가입돼 있거나 최우선변제금 등으로 보증금 전액 반환이 가능해 요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는 365건(5.1%)으로 집계됐다.

특별법으로 구제받기 어려운 경우는 다가구주택, 신탁사기, 불법건축물 등이 대표적이다. 다가구주택은 우선매수권을 사용할 수 있지만, 원룸에 사는 임차인이 건물 전체를 낙찰받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신탁사기는 계약 자체가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대항력이 없고, 이 때문에 임차인이 우선매수권을 가질 수 없다. 불법 건축물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로 활용해달라는 요구도 쉽지 않다. 매입임대는 물건을 매입해서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것인데, 불법 건축물을 매입해 공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부결 통보를 받은 임차인이 이의 신청 절차를 통해 구제받는 경우도 있다. 그간 접수된 이의신청은 222건으로, 이중 절반인 110건이 인용됐고, 112건은 기각됐다. 경매가 개시되지 않아 피해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 경매가 개시된 뒤 피해자 요건을 충족해 피해자로 인정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다만 단순 전세금 미반환 등 요건에 맞지 않는 경우는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인용되기 어렵다.

정부는 오는 12월 전세사기 특별법의 개선점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더 많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특별법을 손봐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만 특별법에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는 법이나 시행령 개정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보증금 채권을 매입하는 식의 지원은 특별법 제정 당시와 마찬가지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법을 통해 피해자들을 최대한 구제해 주자는 구상이지만 불가피하게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피해자들이 있다”며 “여전히 일주일에 400건 정도 피해자 결정 신청이 들어오고 있는데, 최대한 빨리 법정 기한을 넘기지 않게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도 개선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