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학부모들의 갖가지 악성 민원으로 끝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교사에게 당시 학교 측은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몰랐거나 알고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21일 경기도교육청은 수원 남부청사에서 이러한 내용의 ‘의정부 호원초 사안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숨진 이영승 교사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실을 확인했다.
이 교사는 부임 첫해인 2016년 담임을 맡은 6학년의 한 학생이 수업 시간 중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등을 다친 일로 이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이 학부모는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두차례 치료비를 보상받고도 휴직하고 입대한때는 물론 복직 후에도 계속 연락했다. 견디다 못한 이 교사는 사비를 들여 8개월 동안 50만원씩 400만원을 학부모에게 치료비로 제공했다.
이 교사를 상대로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는 이 외에도 2명이 더 있었다. 한 학부모는 가정학습과 코로나19 증상에 따른 등교 중지, 질병 조퇴 등으로 인해 자녀가 장기 결석을 했음에도 지속해서 출석 처리를 요구했고, 다른 부모는 자녀와 갈등 관계에 있는 학생들이 자신의 자녀에게 공개 사과를 할 것을 요구했다.
도교육청은 이들 학부모 3명을 이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한 업무방해 혐의로 20일 의정부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또 이 교사가 사망한 이후 이 교사가 이처럼 악성 민원을 겪어온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의 사망을 단순 추락사로 처리한 당시 호원초 교장과 교감 등에 대해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임태희 교육감은 “학교 측이 이 교사 사망 전에 이러한 사실을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망 이후 조치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누구이고 몇 명이며 은퇴 여부 등을 밝힐 수는 없지만 관련자 전원에 대한 징계를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와 같은 호원초에 근무하다가 앞서 사망한 김은지(여) 교사는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2021년 6월과 12월 호원초에 근무하던 김 교사와 이 교사가 각각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학교 측은 두 교사에 대한 각각의 사망 경위서에 '단순 추락사'로 교육청에 보고해 추가 조사는 없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뒤늦게 알려졌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