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흉물 ‘대전부청사’,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입력 2023-09-21 14:22 수정 2023-09-21 14:48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옛 대전부청사 건물. 전희진 기자

근대 대전의 핵심 행정시설 중 하나였음에도 방치되며 도심 흉물로 전락했던 옛 대전부청사(府廳舍)가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대전시는 부청사 건물을 매입한 뒤 복원 작업을 거쳐 2026년 상반기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한다고 21일 밝혔다.

총 사업비는 매입비용 353억원, 복원 및 리모델링 80억원, 콘텐츠 비용 7억원 등 44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1937년 건립된 대전의 첫 시청사인 옛 대전부청사는 1959년 대흥동 청사(현 중구청사)로 시청사가 이전한 뒤 대전상공회의소로 활용됐다.

그러나 1996년 민간이 매입한 이후부터 대전 원도심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을 잃기 시작했다. 소유주가 수차례 바뀌었을 뿐 아니라 보존 및 개발에 대한 논란까지 첨예해지며 20년이 넘도록 도심의 흉물로 방치됐다. 최근에는 소유주로부터 ‘건물을 철거하고 오피스텔을 신축한다’는 내용의 건축계획도 접수됐다.

논란 끝에 시는 내부 논의를 거쳐 부청사를 매입해 적극 보존하는 방향으로 활용 방안을 결정했다. 대전의 역사가 시작된 상징적 공간인 만큼 이를 보존해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 소유주 역시 문화유산 보존과 공익 실현을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소유주 측은 “시에서 시등록 문화재 등록을 권고하면서 인허가 절차가 중단돼 많은 부침이 있었지만 시의 적극적인 매입요청과 근대 문화유산 보존, 공익실현이라는 명분을 인정하고 동행하기로 결정했다”며 “감정평가를 통해 매각 금액이 결정되면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견을 시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옛 대전부청사 건물 사진. 대전시 제공

시는 부청사 건물 외부 원형을 최대한 복원하고 내부 공간은 용도별로 다양하게 활용하기로 했다.

건물 외부는 건립 당시의 원형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외벽에 덧댄 패널 등을 제거하고 정면 현관과 벽면 타일 마감재, 대형 창 등을 복원한다. 건물 내부는 3층 공회당 무대 천정과 다목적 강당 등을 복원하기로 했다.

1층은 미디어아트·설치미술을 비롯해 지역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시관으로, 2층은 대전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관으로, 3층은 공연·강연 등이 가능한 다목적 강당으로 활용한다.

시는 부청사 건물에 당시 기술력으로 적용하기 힘들었던 공법이 다수 사용된 만큼 문화재적 가치가 높아 국가문화유산 등록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옛 충남도청사에 건립될 국립현대미술관과 옛 대전부청사, 목척교, 소제동 관사촌, 이종수미술관, 헤레디움(옛 동양척식 주식회사), 테미오래 관사촌, 제2문학관을 연계하는 역사문화예술 관광벨트를 만들어 대전을 대표하는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시는 현재 대전시의회로부터 공유재산 관리계획 동의를 받고 지난달 행정안전부에 투자심사를 의뢰한 상태다. 심사를 통과하면 감정평가를 거쳐 내년 본예산에 매입비용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노기수 대전시 문화관광국장은 “1937년 건립된 대전시의 첫 시청사이자 대전의 행정·경제 1번지였던 옛 대전부청사를 다시 시에서 매입해 보전할 예정”이라며 “건물 원형을 건립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한편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어 원도심 내 부족한 문화예술 인프라를 확충하겠다. 예술인들과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