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대전 신협강도 피의자 출국 한달만에 송환

입력 2023-09-21 11:39
'대전 신협강도' 사건의 피의자 A씨(가운데)가 21일 오전 대전서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베트남에서 붙잡힌 ‘대전 신협강도’ 사건의 피의자가 출국 한 달만에 대전으로 송환됐다.

대전서부경찰서는 특수강도 혐의를 받고 있는 A씨(47)를 21일 오전 경찰서로 압송해 조사 중이다.

이날 오전 10시쯤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낸 A씨는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 남색 셔츠 등을 착용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훔친 돈의 용처와 범행 동기,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죄송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만 짧게 남겼다.

베트남 현지 공안으로부터 별도의 조사 내용을 넘겨 받지 않은 만큼 경찰은 이날 늦은 오후까지 A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A씨의 범행 동기와 훔친 돈의 사용처, 베트남 출국·체류 과정, 범행에 대한 공모여부 등 사건 초기부터 전 과정을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영장은 이르면 이날 밤이나 22일 안으로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대전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조사 전 단계여서 피의자의 주장과 우리가 파악한 것이 맞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비행 등으로 장시간 조사는 하기 어려워 쉬는 시간도 필요하다. 밤까지 조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은 빠르면 오늘 밤이나 내일 중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달 18일 오전 11시58분쯤 대전 서구의 한 신협 지점에 침입해 직원을 흉기로 위협한 뒤 현금 39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을 위해 오토바이·택시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이용하고 10여차례 옷을 갈아 입는 등 치밀한 도주 행각을 벌이며 수사망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경찰은 3000여대 분량의 CCTV를 분석해 같은 달 21일 A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하루 전인 20일 오전 11시5분쯤 베트남으로 출국한 상태였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사무총국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경찰은 지난 8일 A씨에 대한 공개수배를 현지 공안에 의뢰했다.

공개수배로 전환한 지 이틀만인 10일 교민으로부터 “카지노에서 피의자를 본 것 같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다낭의 한 호텔 카지노로 게임을 하러 온 A씨를 붙잡았다.

검거 당시 A씨는 200만원 상당의 카지노 칩과 30만원 가량의 베트남 현금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가 훔친 돈 대부분을 탕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글·사진 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