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 입단속에 나섰다고 NBC방송이 보도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최근 SNS로 시진핑 국가주석을 냉소하는 글을 연이어 올리며 미국판 전랑(戰狼) 외교관 평가를 받았다. 백악관은 이런 행동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중국과의 관계 개선 노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NBC방송은 20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 측근들이 이매뉴얼 대사에게 시 주석을 조롱하는 메시지를 SNS에 게시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고 3명의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리들은 최근 이매뉴얼 대사 참모들에게 “(대사 발언은) 올가을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잠재적 회담을 포함해 심각하게 경색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행정부 노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악관 관계자는 “이매뉴얼 대사의 트윗은 백악관에서 나오는 메시지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지난 2주 동안 해시태그 ‘#MysteryInBeijingBuilding’(베이징 미스터리)을 사용해 시 주석 내각의 잠적을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 7일 엑스(X·옛 트위터)에 지난달 29일 이후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과 관련해 “시 주석 내각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닮아간다”며 “친강 외교부장이 사라지더니 로켓사령관도 사라졌다. 이제 리 부장이 2주 동안 보이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어 “이 실업률 경쟁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 중국 청년들인가 시 주석 내각인가?”라고 썼다. 잇단 고위직 잠적을 최악의 청년 실업률에 빗댄 것이다.
그는 지난 15일에도 셰익스피어 연극 ‘햄릿’에 나오는 부패에 대한 글귀 “뭔가가 썩어가고 있다”를 인용하며 “3주 동안 리 부장 소식을 듣지 못했다. 가택 연금을 당했기 때문? 그곳은 붐빌 듯”이라고 적었다. 또 “좋은 소식은 그가 컨트리가든 주택담보대출을 갚았다는 것”이라고 조롱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지난 12일에는 “시진핑의 각본은 분명하다. 희생된 생명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인간의 비극을 뻔뻔하게 이용한다는 것”이라며 “시진핑 팀은 AI를 사용해 미국의 ‘기상 무기’가 (하와이) 마우이 산불을 일으켰다는 잘못된 주장을 퍼뜨리고 있으며, 미군이 코로나19를 중국에 가져왔다고 비난했다”고 적었다. 이어 그런 에너지를 청년 실업률 해결에 쓰라고 비꼬았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중국이 이매뉴얼 대사 게시물에 분노했다고 전했다. 일부 미 행정부 관리들도 짜증을 냈다고 한다. 한 관리는 “이매뉴얼 대사 발언은 중국이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진전시키지 못한다”며 “우리가 하려는 일과 대치된다”고 말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맡았고, 2011년부터 9년간 시카고 시장을 지냈다. 지난해 1월 주일 미국 대사로 부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