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 동안 보험금 부지급으로 소비자 피해를 초래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부당행위 시정, 계약이행, 배상 등 권고를 가장 많이 받은 보험사는 현대해상과 삼성생명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까지 부당한 부지급 사례로 판단돼 처리된 건은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를 훌쩍 넘겼다. 제재 수준이 미약한 탓에 보험금 부당 지급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보험금 부지급 관련 보험사별 소비자 피해 구제 신청 및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2023년 8월 소비자원에 접수된 보험금 부지급 민원 신청은 362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사업자 측의 입장이 더 타당하다는 판단 하에 특별한 조치 없이 종결한 ‘정보제공’ 처리 건수는 2126건이었다.
소비자원이 보험금 부지급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민원인의 손을 들어준 경우는 804건이다. 원 계약대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의미의 ‘계약이행’ 사례가 570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당행위 시정(164건), 배상(52건), 환급(16건), 계약해제(1건), 교환(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손해보험사의 부지급 민원은 2274건으로 생명보험사(1348건)보다 약 1.7배 많았다. 소비자원이 부당 부지급으로 판단해 내린 계약이행, 환급, 배상, 부당행위 시정 등 권고가 받아들여진 사례도 1.75배 많았다.
부당 부지급으로 인정된 건이 가장 많은 손보사는 현대해상이다. 계약이행(54건), 환급(1건), 배상(8건), 부당행위 시정(19건) 등 82건으로 집계됐다. 이어 삼성화재(73건), 메리츠화재(70건), DB손해보험(61건), 흥국화재(59건), KB손해보험(52건), 한화손해보험(41건), 롯데손해보험(27건) 순이다.
생보사 중에선 삼성생명이 82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화생명(40건), 교보생명(33건), 농협생명(22건), 신한라이프생명(19건), AIA생명(19건), 흥국생명(16건)이 뒤를 이었다.
보험금 부지급 민원은 올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보험금 부지급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21년 584건에서 지난해 683건으로 증가한 뒤 올해는 지난달까지 638건을 기록해 이미 작년 수준에 육박했다. 부당 부지급으로 인정돼 처리된 결과도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06건, 107건이었지만 올해는 이미 156건으로 지난해의 1.5배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200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제재 수준이 미약해 보험사들의 부당 지급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년간 보험금 부당 부지급·과소지급으로 제재를 받은 보험사 27곳은 2001~2020년 20년의 기간에 걸쳐 총 1700억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지만 이에 따른 과징금은 105억원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처벌 강화 차원에서 과징금 산정 기준을 가입자에게 1년간 받은 수입 보험료에서 부당 이득금으로 바꾸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보험사가 경기 상황에 따라 손해율을 관리하면서 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못 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고의적인 부지급 행태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피해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