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이어 나성범…KIA, 타선 구멍 메워야 산다

입력 2023-09-20 18:36 수정 2023-09-20 18:37
20일 검진 결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나성범. KIA 타이거즈 제공

엎친 데 덮쳤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의 부상 이후 연패 수렁에 빠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에 초대형 악재가 추가됐다. 이번엔 팀 내 최고 타자 나성범이 전열을 이탈했다.

KIA는 20일 오전 정밀 검진 결과 나성범이 오른쪽 햄스트링 손상을 진단받았다고 밝혔다. 재활엔 10~12주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달이 난 건 전날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 8회말이었다. 추격의 2타점 적시타를 때린 다음 폭투로 2루에 들어갈 때만 해도 문제가 없었다. 후속 타자 김선빈의 우익수 뜬공 때 태그업 플레이가 문제였다. 슬라이딩 직후 다리에 이상을 느낀 나성범은 대주자로 교체됐다.

올 시즌 초반 왼쪽 종아리 부상 탓에 자리를 비웠던 나성범은 지난 6월 말 복귀 후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6월 0.333였던 월간 타율은 가을이 가까워질수록 치솟았다. 8월엔 0.376, 이달 들어선 무려 0.444의 불방망이를 자랑했다. 공백을 만회하겠다는 듯 프로 데뷔 이래 가장 뜨거운 페이스를 과시했다.

장타력은 더 압도적이었다. 두 달 넘게 경기를 못 뛰었는데도 팀에서 가장 많은 18개의 홈런을 쳤다. 시즌 장타율은 비현실적인 0.671를 찍었다. 이 같은 활약은 고스란히 타격 공헌도로 드러났다. 스탯티즈 기준 3.51의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WAR)를 기록하며 투·타 통틀어 팀 내 3위에 올랐다.

그런 나성범이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KIA는 하루아침에 가장 정교하고 힘 있는 3번타자를 잃었다. 타격 생산성 측면에서 급락이 불가피하다.

더 중요한 건 개인 성적으로 다 드러나지 않는 우산 효과다. 3번타자 나성범이 사라짐으로써 상대 투수들은 2번타자에게 더 까다롭게 승부할 수 있게 됐다. 4번타자 최형우에겐 ‘해결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늘었다.

핵심 타자 한 명의 이탈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멀리 가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다. 박찬호가 지난 1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손가락 인대를 다쳐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뒤 KIA는 단 한 경기도 못 이겼다. 원만했던 공격 흐름이 답답해졌고 찬스마다 결정타가 안 나왔다. 뛰는 야구도 실종됐다. 그 결과 3위를 노리던 팀 순위는 6위까지 추락했다.

반등을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마운드가 강해지는 게 하나다. 다만 가능성이 작다. 마리오 산체스가 복귀하지만 이의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윤영철은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떨어졌고 토마스 파노니 역시 부쩍 흔들리는 날이 잦아졌다.

결국 타선 구멍을 줄여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외야 수비야 이창진 이우성 등 대안이 있다. 그러나 타자 나성범의 빈 자리를 대체 선수 한 명 더러 메우라는 건 무리다. 결국 다른 타자들이 십시일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시즌 내내 헤맨 1루 주인 찾기가 급선무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KIA의 올 시즌 1루수 타격 WAR은 합계 0.81로 10개 구단 중 6위에 그쳤다. 최원준이 0.77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론 변우혁 오선우 순이었다. 194타석을 소화한 황대인은 타율 0.219 5홈런으로 음수 WAR을 찍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