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주름잡는 소말리아, 인도적 지원금까지 조직적 착복…EU 지원 일시중단

입력 2023-09-20 15:32
소말리아 난민 어린이들이 지난 5월 1일(현지시간) 소말리아 돌로우에 있는 내부실향민(IDP) 라단 캠프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 밖에 모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프리카 국가 소말리아에서 기근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위해 투입된 인도주의 목적의 자금이 조직적으로 착복됐다는 유엔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인도적 지원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시간) 발라즈 우즈바리 EU 집행위원회(EC) 대변인이 “유엔 보고서에 나온 문제를 봤을 때 EC는 EU 자금을 보호하는 예방적 조치를 해야 했다”며 문제가 확실히 해결될 때까지 추가 기금 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우즈바리 대변인은 “소말리아에서 인도적 활동의 중단을 요청하지는 않았다”며 “표준 절차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활동은 이미 자금을 80% 수령했고, 활동은 여전히 초기 자금으로 이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로이터는 EU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유엔 조사 결과에 따라 EU가 소말리아에 대한 세계 식량 프로그램(WFP) 자금 지원을 일시 중단할 것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EU가 지난해 WFP의 소말리아 활동에 지원한 자금은 700만달러(약 93억원) 이상이다.

로이터는 지난 7월 유엔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기근과 무력 충돌을 피해 난민 캠프에 도착한 소말리아인들이 현금 지원액의 절반을 현지 권력자들에게 반납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난민들은 원조 수혜자 등록 취소, 체포, 퇴거 등의 위협을 받았다고 전했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소말리아 토지 소유주, 지방 당국, 보안군과 구호활동가들이 취약층을 위한 원조 자금을 빼돌리는 데 관여했으며, 이 같은 자금 착복이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말리아 정부는 성명을 통해 보고서의 조사 결과를 조사하고 있다며 “지금의 구호 전달 시스템은 정부가 아닌 외부 채널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 있는 모디 캠프 의장인 모하메드 아메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구호 기관이 IDP(국내 실향민)를 위해 지원하는 자금 등을 절대로 다른 곳으로 빼돌리지 않는다”며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아프리카 대륙 동북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위치한 소말리아는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다. 유엔은 지난해 가뭄으로 숨진 사람은 4만3000명에 달하며, 이 중 절반이 5세 이하 어린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