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 빛을 선물해 준 ‘삼성 안내견사업’ 30주년을 맞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동물 사랑’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에 자택에서 개 200마리를 키웠던 자타 공인 애견가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선대회장의 첫 애견 사업은 ‘진돗개 순종 보존’이었다. 그는 1960년대 말 전남 진도를 찾아 멸종 위기에 놓였던 진돗개 30마리를 구입했고, 10여년 노력 끝에 진돗개 순종 한 쌍을 만들어냈다. 순종률을 80%까지 끌어올리며 세계화에도 힘썼다. 이 선대회장은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사육사와 하루 종일 같이 연구하고 외국 전문가를 수소문해 조언을 받아가며 순종을 만들어내려고 애썼다”고 술회했다.
이 선대회장의 진돗개 사랑이 애견 사업으로 확장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가 계기였다. 당시 국제사회에 한국은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퍼지자, 이 선대회장은 국제동물복지기금(IFAW) 임원진을 서울로 초청해 애완견 연구센터와 안내견학교 신축 현장 견학 등의 일정을 짰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에 이렇게 강조했다. “나는 아무리 취미생활이라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깊이 연구해서 자기의 특기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취미를 통해서 남을 도와줄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일 것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