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A교사는 평소 밝은 모습으로 주변 분위기를 좋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 지난 몇 년 간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것이다. 이를 알게 된 다른 교사가 A교사를 찾아가 손을 잡고 “웃음 뒤에 가려진 아픔을 몰랐다”며 위로했다. A교사는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리고 자신이 받았던 위로를 또 다른 교사에게 전했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잇따른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과 교권보호 입법 시위 등으로 교육계는 여전히 뒤숭숭한 상황이다.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법도 보이지 않아 교사들이 점점 지쳐가는 가운데, 최근 좋은교사운동 등을 중심으로 교사들을 위로하고 기도하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일명 ‘10·5·3·2’로 명명된 해당 운동은 각 교사들이 10명 이상 교사에게 안부를 묻고 5명 이상 교사의 손을 잡아주고 3명 이상 교사에게 직접 찾아가고 2명 이상 교사와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4개 모두가 아닌 1개 이상을 반드시 실천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활동이 중복되진 않는다.
기존 집단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교사들이 개별적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기존 방식 하에선 교사들이 많은 사람들을 의식해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상 1대1인 해당 운동을 통해선 교사들이 부담감을 덜 느끼며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해당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김선배 인천숭의초등학교 교사는 “법 제도적인 측면을 완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쓰러져 있는 교사들을 찾아 돕지 않으면 또 언제 교사들에게 비극이 닥칠지 모른다는 문제의식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지에 공감해 현재 많은 교사들이 동참하고 있고 다른 교사들에게 먼저 다가가 긍정적 파급 효과를 내는 등 진정한 교육 공동체를 형성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카톡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프로필 등에도 ‘10·5·3·2’ 운동 포스터를 게재하며 널리 권장하고 있다. 최근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도 이에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교사들을 위한 기도회도 연이어 개최되고 있다. 지난 19일 전국에서 모인 30여 명의 기독교사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교육 회복을 위한 연합기도회’를 가졌다.
아스팔트 위에서 교사들은 입례찬송을 열창했고 사망한 교사들을 애도하는 시를 낭독했다. 이어 새로운 교육의 본질 정립과 9월 정기국회 때 교권보호 법안 통과,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의 신뢰와 협력 회복 등을 간구하는 7개 기도문을 선포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한편에선 개별적으로 다른 한편에선 집단적으로 교육 공동체를 회복해나가는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며 이는 우리들이 앞장서 해야 할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교사들의 눈물의 헌신이 모이면 분명 커다란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