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서 주가 쥐락펴락... ‘핀플루언서 주의보’

입력 2023-09-20 08:57

일명 ‘핀플루언서’(금융 분야 인플루언서)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핀플루언서는 온라인 등지에서 투자자들에게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어려운 금융정보를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로 투자자들의 투자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선행매매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노출될 수 있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어 핀플루언서를 향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자들에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핀플루언서들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핀플루언서란 금융(Finance)과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의 합성어로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며 투자 종목에 대한 의견과 투자에 참고할 만한 논리를 제시한다. 증시 호황기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고 여의도 증권가를 향한 불신까지 더해지면서 핀플루언서의 영향력이 극대화됐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핀플루언서로 ‘밧데리아저씨’라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가 있다. 박 전 홍보이사를 추종하는 열성 지지자들이 모인 팬카페 ‘박지모(박순혁을 지키는 모임)’ 회원 수만 1만 1000여명에 달할 정도다. 이렇다보니 박 전 이사의 말 한마디에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달린다. 올해 초 박 전 이사가 지목한 ‘8대 종목’(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SK이노베이션, 나노신소재)은 연초 대비 100~700%까지 급등했다. 반면 박 전 이사가 혹평한 종목 한미반도체는 한때 6% 가까이 빠졌다.

문제는 일부 핀플루언서들이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전 세력들의 주가부양에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리 주식을 매집해두고 종목을 추천해 주가 띄우기에 악용할 수 있단 것이다.

실제 박 전 이사는 금양에 홍보이사로 재직 당시 투자일임사 ‘넥스테라투자일임’에서 투자운용본부장직을 겸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유튜버 ‘슈퍼개미’라 불리는 김씨에 대해서도 검찰은 올해 8월 선행매매 혐의로 징역 7년형, 벌금 170억원을 구형했다. 김 씨는 구독자들에 미리 매집한 특정 종목의 매수를 추천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정작 본인은 매도해 부당이득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으로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핀플루언서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정기적인 대가를 받고 투자조언을 제공하는 경우에 한해 유사투자자문업자로 신고해 영업활동을 하도록 해뒀다. 핀플루언서들이 대가 없이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상황에 의견을 피력하는 것까지 제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개인 미디어 통제가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수 있고 모든 투자판단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져야한다는 점도 작용했다.

해외 금융당국은 관련 제재를 강화하는 추세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올해 7월 핀플루언서들이 투자자들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상품을 부적법하게 홍보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위원은 “핀플루언서를 향한 맹목적 신뢰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기에 투자판단에 참고하는 정도로만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