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향해 “출당” 외치자… 이재명 “큰 어른인데 어찌”

입력 2023-09-20 06:32 수정 2023-09-20 10:18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병상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병문안 온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출당 요구를 한 일부 강성 지지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측은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이 병원을 방문할 당시 손피켓을 들고 문 전 대통령의 출당을 요구한 일각의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고 19일 밝혔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은 당의 큰 어른”이라며 “민주당이 하나로 단결해 적과 싸워야 할 지금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시는데, 민주당 지지자라면서 어찌 비난하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당의 분열은 상대가 가장 바라는바”라며 “우리 안의 차이가 아무리 크다고 한들 상대보다 크지 않다. 지금은 단결해 외부의 무도한 세력과 맞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난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 이 대표를 만났다. 그는 이날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퇴임 이후 처음으로 서울을 찾았다. 문 전 대통령이 도착하자 병원 앞에 있던 이 대표의 일부 지지자는 이 대표 이름을 연호하거나 ‘문재인 출당’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그래야 우리 대표님이 산다”며 소리치기도 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를 만나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20여분간의 문병에서 그는 이 대표의 손을 잡고 머리를 쓸어 넘기며 위로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며 단식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내가 열흘 단식할 때 힘들었는데, (단식한 지) 20일이니 얼마나 힘들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단식의 결기는 충분히 보였고, 길게 싸워 나가야 한다”며 “국면이 달라지기도 했으니 빨리 기운을 차려서 싸우는 게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에 이 대표는 “잘 알겠습니다”라고만 대답하고 단식을 중단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이 병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이 대표는 “세상이 망가지는 것 같고,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 같아 단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걸음까지 하시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이 대표는 단식 19일 차였던 지난 18일 오전 건강 악화로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긴급 이송됐다가 녹색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대표는 수액을 맞으면서 병상에서도 단식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