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1차전을 9대 0 대승으로 시작한 데 대해 황선홍 감독은 “없는 경기로 치겠다”며 자만을 경계했다.
황 감독이 이끈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19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쿠웨이트를 9대 0으로 대파했다. 우리나라는 전반 3분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선제골로 포문을 열어 전반에만 4골, 후반에 5골을 몰아치는 화력을 과시했다.
황 감독은 경기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승까지) 7발(경기) 중 첫발인데,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열심히 해줬다”면서도 “자신감은 갖되 나머지는 다 잊어야 한다. 더 많은 준비와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승은 기분 좋지만 반드시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칫하면 독이 될 수 있다”면서 “결선 토너먼트 등 어려운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성공적으로 그런 경기들을 치르려면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덤덤하게 소감을 밝혔지만 황 감독으로서는 반가운 승리다. 앞선 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우승한 터라 황 감독은 이번에 꼭 ‘3연패’를 이뤄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느라 아직 합류하지 못한 이강인(PSG)의 군 면제가 이번 우승 여부에 걸려 있다는 점도 무겁다.
이강인뿐 아니라 홍현석(헨트) 정우영 등 유럽 클럽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포진한 만큼 전력 면에서도 축구 팬들의 기대가 크다. 황 감독은 “우리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승리를 위해 뛸 것이다. 다음 경기인 태국전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황 감독은 이날 경기가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전체 한국 선수단의 ‘첫승’이라는 점에 반색했다. 그는 “(한국의 첫 경기라는 점에) 부담이 조금 있었는데, 전체 선수단에 좋은 기운을 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오늘 승리로 우리 대한민국 팀 전체가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날 황 감독은 후반 들어 홍현석 설영우(울산) 박재용(전북) 안재준(부천) 등을 투입하며 여러 선수의 상태도 함께 점검했다. 황 감독은 “하루 쉬고 또 경기해야 하므로 면밀히 (대표팀) 기술 파트와 의논하고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조별리그 일정에 따라 조금 조절하려 한다”고 귀띔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