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장관 “화웨이, 7㎚ 반도체 대량 생산 못해”

입력 2023-09-20 06:05 수정 2023-09-20 07:02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중국이 최첨단 칩을 탑재한 신규 스마트폰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화웨이 측이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를 적용해 내놓은 ‘메이트 60 프로’ 제품이 한정 수량에 그칠 수 있다는 시장 분석과 일치한다.

러몬도 장관은 19일(현지시간)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가 주관한 반도체지원법 1년 평가 청문회에서 “우리는 중국이 7㎚ 부품을 대규모로 만들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중국에 있을 때 화웨이가 첨단 칩을 탑재한 새 휴대전화를 출시했다며 “(당시) 화가 났다(upset)”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또 “우리는 중국이 미국을 해칠 수 있는 방식의 기술을 발전시킬 수 없도록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며 “상무부는 어떤 기업이든 미국 수출 통제를 위반했다는 신뢰할만한 증거를 찾을 때마다 이를 조사한다”고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은 다만 어떤 조사가 진행 중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화웨이는 지난달 29일 미국 수출통제 기준을 뛰어넘는 7㎚ 공정 프로세서를 적용한 기린 9000s 칩 내장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공개하며 미국 제재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규제를 우회한 낮은 사양 장비로 이를 만들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은 7㎚ 공정의 필수 장비인 ASML사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규제했는데, 중국은 이전 단계 제품인 심자외선(DUV) 장비를 썼다는 것이다.

DUV로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지만, 불량률은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DUV를 통한 7㎚ 공정 수율을 15% 수준으로 예측했다. 수율이 낮아 생산량을 늘릴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다.

다만 홍콩 하이통 인터내셔널 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웨이가 2023년 기린 9000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1500만 대 생산할 계획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을 중심으로 대중국 수출통제 전면 확대 주장도 커지고 있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 등 공화당 의원 10명은 지난 14일 앨런 에스테베스 산업안보차관에 서한을 보내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미국산 기술이 보편화한 상황에서 화웨이의 7㎚ 스마트폰 출시는 미국 수출통제 규정 위반”이라며 상무부가 화웨이와 SMIC, 그리고 이들 기업의 모든 자회사를 규제 명단에 올리라고 요구했다. 또 화웨이와 SMIC에 발급된 기존 수출 허가를 전부 취소하고, 경영진을 형사 고발하라고 지적했다.

한편 러몬도 장관은 이날 반도체법에 따른 지원금 혜택이 중국에 가지 않도록 중국 사업 확장을 제한하는 가드레일 최종 규정에 대해 “수주 내로 완성될 것”이라며 “지원금의 단 1센트도 중국이 우리를 앞서가는 데 도움 되지 않도록 바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