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처형하라” 터질 게 터진 리비아, 반정부 시위

입력 2023-09-19 14:47
리비아 대홍수 최대 피해 도시인 데르나의 사바하 모스크 앞에서 18일(현지시간) 생존자와 시민들이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열대성 폭풍의 폭우에 따른 댐 붕괴로 사망자만 4000명 가까이 발생한 리비아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비아 동부 대홍수 최대 피해 도시인 데르나 사바하 모스크 앞에서 지난 18일 주민 수천명이 모여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비판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특히 아길라 살레흐 하원 의장이 집중적인 포화를 맞았다. 시위대 사이에서 “아길라는 신의 적”이나 “도둑과 반역자를 처형하라”는 구호가 나왔다. 데르나의 압둘모넴 알가이티 시장의 자택은 같은 날 저녁 불길에 휩싸였다. 알가이티 시장은 현재 정직 처분을 받았다.

리비아 대홍수는 지난 10일 열대성 폭풍 ‘다니엘’에서 쏟아진 폭우로 지중해와 연결된 강의 댐 2개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댐 하류의 지중해 항구도시인 데르나는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휩쓸렸다.

리비아 대홍수 최대 피해 도시인 데르나의 사바하 모스크 앞에서 18일(현지시간) 생존자와 시민들이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비아 대홍수 최대 피해 도시인 데르나의 사바하 모스크 앞에서 18일(현지시간) 반정부 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는 다른 생존자를 위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8일 사망자 수를 3922명, 실종자를 9000여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건물 잔해, 진흙탕으로 뒤덮인 땅 밑의 매몰자는 이미 구조의 ‘골든타임’을 넘기면서 향후 사망자로 포함될 수 있다.

생존자도 식량 부족, 식수원 오염, 급류에 떠내려온 지뢰의 위협을 받는다. WHO와 각국 의료 전문가들은 피해 지역에서 수인성 감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