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게임전도를 아세요? “아이들 트랜드에 민감해야 전도 효과 커”

입력 2023-09-19 14:10 수정 2023-09-19 14:18
서승원 안양 서로사랑교회 목사가 길거리에서 청소년들에게 복음게임전도를 하는 모습. 리턴가스펠선교회 제공

“포켓몬도 한물갔다. 이제는 산리오다.” 서승원 경기도 안양 서로사랑교회 목사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의 유행에 민감할수록 전도의 기화도 커진다고 조언했다. 19일 충남 천안시 하늘중앙교회(유영완 목사)에서 열린 다음세대 콘퍼런스에서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본부 교육국(총무 김두범 목사)이 ‘Wake Up’이라는 이름으로 다음세대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15명의 기감 사역자들이 강사로 나서 어린이 청소년 사역의 노하우를 전했다. 수도권에서 열린 행사가 아님에도 다음세대 사역에 관한 관심을 증명하듯 450명이 사전등록을 했다. 서 목사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다음세대를 위한 복음게임전도’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복음게임전도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하교 시간에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게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도 방법이다. 서 목사는 “2020년 교회를 개척한 뒤 2년간 전단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전도했지만 이런 방법으로 복음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지난해 6월부터 복음게임전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복음게임전도에서는 꽝 없는 판 게임을 통해 아이들에게 상품을 제공한다.

게임 종목은 ‘꽝 없는 판 게임’이다. 등수가 적힌 종이를 반으로 접어 가린 뒤 판 위에 붙이면 아이들은 그중 하나를 뽑아 등수에 해당하는 상품을 차지한다. 참가비는 무료다. 단 5분간 예수님 이야기를 들어야 참여 기회가 주어진다. 이때도 게임이 사용된다. 손가락으로 종이 장난감을 조작하며 아이들과 묻고 답하며 자연스럽게 복음을 선포한다. 서 목사는 “우리는 호객을 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하루에 60명 정도의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와 복음을 듣는다”고 자랑했다. 이어 “한번 왔던 아이가 반복해서 찾아오고 친구들을 데리고 온다”며 “한 아이가 1년에 50번씩 참석하는가 하면 많은 아이가 진지하게 복음을 받아들이고 영접 기도까지 이어지는 일들이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서승원 서로사랑교회 목사가 복음 선포를 위해 활용하는 종이 장난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비결은 아이들의 눈높이와 취향을 반영한 게임 상품에 있다. 서 목사는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트랜드를 잘 파악해야 한다”며 “2년 전만 해도 포켓몬 빵이 품귀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포켓몬 캐릭터 의자만 가져다 놔도 아이들이 앉고 싶어서 줄을 섰다. 지금은 산리오라는 캐릭터 상품에 대한 선호가 높다”고 소개했다. 이밖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VR(가상현실) 게임 장비를 들고 나가 아이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기독교 콘텐츠 제작사인 ‘히즈쇼’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성지순례를 테마로 만든 가상현실 게임이 대표적이다.

전도에 대한 거부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고려해 아기자기한 머리띠나 캐릭터 티셔츠를 착용한다. 서 목사는 “N번방 사건 이후 성인이 미성년자에게 접근하는 일에 대한 시선이 따가워졌다”며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승원 서로사랑교회 목사가 VR(가상현실) 게임을 활용한 전도법을 소개하고 있다.

서 목사는 “다음세대들에게 교회의 담은 무척 높다. 길 위에서 만나는 아이 중 태반이 하나님에 대해 전혀 모를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며 “복음게임전도는 교회의 높은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한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1년 3개월 만에 2명뿐이던 서로사랑교회 교회학교 인원이 20명으로 늘었다. 여느 대형교회와 비교하기에는 적은 숫자지만 열악한 개척교회의 현실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결과다. 사역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수원 용인 부천 김포 천안 등으로 퍼지고 있다.

사역 비결을 전수 받기 원하는 목회자들이 늘어나자 서 목사는 복음게임전도를 확산하기 위한 리턴가스펠선교회를 설립했다. 선교회에서는 교파를 초월해 매뉴얼과 물품을 무상 지원하고 사역자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유행을 반영해 새로운 게임전도 도구도 제작하고 있다. 10여개 교회가 선교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두범 기감 교육국 총무는 “코로나를 지나면서 포기상태까지 간 다음세대 신앙교육 문제에 관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자리로 마련했다”며 “노하우를 나누는 차원을 넘어 교회들의 목회 체질을 다음세대 중심으로 바꾸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기감 산하 11개 연회에서 주목받는 사역자들을 추천받아 강사로 세웠다”며 “아직도 숨겨진 보화들이 많으리라고 본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대로 인재를 발굴해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감 교육국이 19일 충남 천안시 하늘중앙교회에서 다음세대 콘퍼런스 'Wake Up'을 개최했다.

천안=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