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중입자 치료 전립선암 환자 “암이 사라졌다”

입력 2023-09-19 10:33 수정 2023-09-19 10:34
연세암병원 제공

‘꿈의 암 치료’로 불리는 중입자 치료를 국내 최초로 받은 전립선암 환자의 결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여간 치료를 끝낸 후 촬영한 영상에서 암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암병원은 전립선암 2기 진단을 받고 지난 4월 중입자 치료를 받은 최모(64)씨의 치료 후 검사에서 암 조직이 제거됐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전립선암 의심 소견을 받은 최씨는 정밀검사를 통해 2기 암 진단을 받았다. 글리슨 점수(Gleason score)는 3등급이었고,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는7.9ng/㎖였다.

글리슨 점수는 전립선암 악성도를 5등급으로 구분해 평가하는데, 4등급부터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최씨의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기 바로 전 단계였다. PSA 검사는 혈액 속 전립선 특이항원 농도를 확인해 전립선암 위험도를 측정한다. 최씨는 60대의 PSA 정상 수치인 4ng/㎖보다 높았다.

4월 말 치료를 시작한 최씨는 한 주에 3~4회씩 총 12번의 치료를 거쳐 5월 중순 모든 치료를 마쳤다. 치료 후 최씨의 PSA 수치는 0.01ng/㎖ 미만으로 떨어졌고 MRI 촬영 결과 암 조직은 발견되지 않았다.
연세암병원 제공

중입자 치료로 인한 주변 장기의 피해도 없었다. 중입자 치료는 무거운 탄소 입자를 빛 속도의 70%까지 가속해 암세포를 파괴한다. 이때 가까운 장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립선과 직장 사이에 특수물질(Space OAR)을 주입한다. 이를 통해 전립선 주변에 있는 직장을 입자선으로부터 보호함으로써 장기 손상과 출혈, 혈변 등 관련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다.

PSA 수치 5.5ng/㎖로 최씨와 같은 날 중입자 치료를 받은 전립선암 2기의 또 다른 환자 A씨(60대)의 검사 결과에서도 남은 암 조직은 확인되지 않았다. 두 환자 모두 현재 일상생활을 무리없이 하고 있다.

이익재 중입자치료센터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를 받은 전립선암 환자들의 치료 경과가 현재로서는 매우 좋은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앞으로도 치료 환자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경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암병원에선 고정형 중입자 치료기를 활용해 지난 15일 기준 82명의 전립선암 환자가 중입자 치료를 완료한 상태다. 병원은 연말 쯤 현재 준비 중인 이동형 중입자 치료기(갠트리) 2대 중 한 대의 가동을 시작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풀 가동할 예정이다. 적용 암 환자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