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지자체 자율 시행 내용을 담은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발의된 데 대해 제주도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특히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기존의 전국 확대 시행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그간 우선 시행지역으로 일회용컵 반환율을 힘들게 끌어올려온 제주도는 황당한 상황을 맞게 됐다.
제주도는 18일 오후 브리핑을 열어 일회용컵 보증금제 지방자치단체 자율 시행 내용을 담은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환경부에 대해 기존 방침대로 전국 시행 계획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구매할 경우 300원의 보증금을 내고, 반납 시 돌려받는 제도다. 당초 환경부는 지난해 전국에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소상공인 반발과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2일 제주도와 세종시 우선 시행을 결정했다.
제주도의 경우 시행 초기 형평성 논란이 일면서 일부 매장이 제도 시행을 보이콧하며 제도 안착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점주협의회의 동참 선언 등으로 현재 적용 대상 매장 502곳 중 480곳이 참여하고 있다. 시행 초기 10%에 불과했던 일회용컵 반환율은 70%까지 올라섰다.
논란은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재활용촉진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불거졌다.
개정안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전국 확대라는 환경부의 기존 정책 방향과 전면 배치된다.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제도인 만큼 지자체는 부담을 더 껴안아야 하고, 추진 동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법안 발의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언론에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사실상 폐지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했다.
제주도도 전국 시행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오전 도정현안 공유 티타임에서 해당 법안 발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오 지사는 “제주도민과 공직자, 점주들의 노력과 참여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성공적으로 추진 중인 정책에 대한 반환경적 시도“라며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분노하며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제윤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브리핑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탈플라스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며 “오히려 적용 대상을 넓히고 이행방식을 간소하게 개선해주도록 환경부와 협의해 보완책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의 지속적인 시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법안 통과 여부를 보면서 이후 신중히 검토해 결정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