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내려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행정2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여고생 A양 등 5명이 전남 여수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학교폭력 조치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교육지원청이 원고 학생들에게 내린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면사과와 피해 학생 접촉·협박·보복 행위 금지 처분을 취소하고, 이번 행정소송 확정판결 이후까지 처분 집행을 정지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이 학교에서는 A양 등이 B양을 집단 따돌림 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후 B양도 A양 등을 언어폭력 등으로 신고해 쌍방 학폭 신고가 제기됐다.
이를 두고 지난해 학교폭력 대책심의위가 열렸지만 참석 위원들도 ‘학폭이 아니다’ 2명, ‘학폭이다’ 2명으로 판단이 엇갈렸다.
결국 학폭위는 상호 협의를 통해 양측 모두에게 서면사과와 접촉·보복 등 행위 금지 등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양 등은 “학폭 처분을 하면서 처분의 이유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고, 소명 기회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학폭으로 볼 수 없다는 일부 위원들의 견해까지 있는데도, 학폭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행위가 무엇인지 전혀 특정되지 않은 채 막연하게 학교폭력을 했음을 전제로 이 사건 의결이 이루어졌다”며 “이 사건의 처분은 절차적 정상성이 상실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