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반격, 드디어 첫 성과… 바흐무트 탈환 목전

입력 2023-09-18 15:50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7일(현지시간)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의 클리시이우카 마을을 탈환한 뒤 국기를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육군 지휘관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는 이날 텔레그램에 클리시이우카 탈환을 공표하며 이 사진을 게시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여겨졌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포위할 수 있는 전략거점의 탈환을 공표했다고 AP통신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지난 6월부터 전개된 우크라이나 대반격이 처음으로 거둔 뚜렷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전투 성과를 놓고 우크라이나와 상반되는 주장을 해왔던 러시아는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육군 지휘관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는 이날 텔레그램에 글을 올려 클리시이우카를 수복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병사들이 폐허로 변한 마을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클리시이우카를 외치며 탈환에 성공한 군인들을 치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우리는 새로운 방어 전략을 준비 중”이라며 “대공망과 포 전력이 우선 순위”라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클리시이우카는 바흐무트의 남쪽 9㎞에 있는 고원지대에 있어서 전술적으로 중요한 지점으로 평가된다. 일리야 에울라시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은 “클리시이우카를 수복함으로써 바흐무트를 에워싸고 공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 바흐무트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초토화됐다며 함락 사실을 인정했는데, 4개월 만에 탈환 기회를 획득한 셈이다. 당시 러시아군은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앞세워 북쪽, 동쪽, 남쪽 3면에서 포격을 가한 끝에 바흐무트 장악에 성공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앞서 인근의 작은 마을 안드리이우카를 점령하기도 했다. 바흐무트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 숨통을 서서히 조여가는 모양새다. 바흐무트는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최장 기간 전투가 벌어진 지역이다. 러시아가 도네츠크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비얀스크로 진격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외신들은 교착화된 전쟁의 흐름을 뒤바꿀 만한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군이 수개월 만에 거둔 첫 번째 주요 전장 승리”라며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주변 영토를 탈환해가면서 러시아 수비대는 점점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크리시이우카 수복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6월 대반격을 개시한 이후 거둬들인 매우 중요한 성과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클리시이우카 장악 발표에 아직 침묵하고 있다. 이날 밤 전황을 설명하는 발표문에서 클리시우카 인근에서 전투가 벌어졌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다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