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설리번·中 왕이 12시간 ‘몰타 회동’… 정상회담도 의제

입력 2023-09-18 06:09 수정 2023-09-18 07:49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전격 회동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왕 부장에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백악관은 17일(현지시간) 설리번 보좌관이 왕 부장과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몰타에서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중국과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미·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발표문을 통해 회담 사실을 알리고 “양국은 중·미관계의 안정과 개선에 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전략적 소통을 했다”고 설명했다. 설리번 보좌관과 왕 부장의 만남은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빈 회동 이후 4개월 만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양측이 이틀에 걸쳐 12시간가량 회동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미·중 양자 관계 주요 현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양안 문제 등 글로벌 및 역내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중국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세와 우크라이나, 한반도 등 국제·지역 문제에 관해서도 토론했다”고 설명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중이 경쟁 관계이지만 중국과 충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미 당국자가 전했다. 또 미국이 대만해협에 대한 현상 유지와 양안 평화·안정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도 설명했다.

이에 왕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미관계가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며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발전은 강대한 내생적 동력을 갖고 있으며 필연적인 역사 논리를 따르는 만큼 저지할 수 없다”며 “중국 인민의 정당한 발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회동에서 전략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향후 고위급 관여와 주요 분야 협의를 계속 추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백악관은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의제에 있었다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정상이 양자 회담을 갖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가까운 미래에 만나길 원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고 말했다.


이번 만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와 맞물려 진행됐다. 미 당국자는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 전쟁에 대한 중국 지원과 왕 부장의 모스크바 방문에 대한 미국의 오랜 우려를 제기했다”며 “미국은 왕 부장의 방러 전 이런 우려가 영향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 부장은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중국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하고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날 계획이다.

한편 미 당국자는 또 “중국 측은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군사 당국 간 소통 채널을 대부분 중단했고, 우리는 이 중 일부를 재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그들(중국 측)이 그에 관해 관심이 있다는 신호는 작거나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비위 낙마설이 제기된 리상푸 국방부장 행방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