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역대급 ‘짠물 예산’을 예고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첨단반도체기술센터(ASTC) 건립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STC가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반도체 초격차 확보를 실현하기 위한 기관인 만큼 정부가 설립 예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 ASTC 설립 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을 맡겼다. 사업비는 1억2000만원 규모다. 연구원은 오는 12월까지 ASTC의 필요성과 설립 타당성 근거를 확보하고 ASTC 운영 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정부는 용역이 끝나는 대로 이르면 4분기 안에 ASTC 설립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건립 지역 등은 예타 이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ASTC 구축 방안을 공식화 했다.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인 아이맥(IMEC)과 견줄 수 있는 연구거점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현재 벨기에 소재 아이맥에는 세계 96개국 전문가가 참여해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른바 ‘한국형 아이맥’인 ASTC를 조성해 전 세계 반도체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ASTC는 설립 이후 반도체 중장기 제품·기술 로드맵 마련과 소부장 기업의 공정·제품 기술 개발 지원 등을 맡게될 전망이다.
ASTC 운영이 본격화하면 국제 협력을 통한 한국 반도체 경쟁력 확보 역할도 기대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 중에 ASTC와 미국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 간 협력 방안을 설립 단계부터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예산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있다. 윤석열정부가 내년 국가 R&D 예산을 올해에 비해 16.6%(5조2000억원) 삭감하면서 ASTC 설립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단 내년 이후 부터 본격적인 예산 편성이 시작될 것”이라며 “아직 건립과 운영에 어느 정도의 금액이 소요되는 알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비용을 포함하지 않으면서 산업부가 신규 사업인 ASTC 예산을 새로 따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에 따르면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마련을 위해 5년 간 1조3703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던 윤석열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관련 비용을 책정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등이 주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 예산도 마찬가지다. 이에 재정당국이 ASTC 설립을 비롯한 반도체 육성 예산 지원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