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육군사관학교 흉상 이전 논란이 불거진 홍범도 장군에 대해 “독립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 “1920년대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전력이 있으나 이를 갖고 공적을 폄훼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17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지 않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자는 보수 성향이 짙은 정통 법관으로 평가된다. 앞서 국방부는 공산당 입당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이 육사 내 생도 교육시설에 설치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외부 이전을 결정했다.
이 후보자는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도 “한국전쟁에서 국가에 기여한 큰 업적만은 정치적 진영 논리를 떠나 높이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압수수색 영장 법관 대면 심리 제도 도입에 대해선 “광범위한 압수·수색에 대해 법원의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감한다”면서도 “수사 밀행성이 침해되고, 수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과 관련해서는 “입법 여부는 종국적으로 국회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교권 회복 입법에 대해선 “교원이 학교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 학부모 등으로부터 부당한 민·형사상 책임 추궁을 당하는 현실을 고려해 교권 회복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흉기 난동 등 이상동기 범죄를 두고는 “양형 강화를 요청하는 국민의 법감정도 진지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범죄와 형벌 사이 균형이나 책임주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양형기준에 국민의 건전한 법감정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중형주의가 범죄 예방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 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최근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정치권 비판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 후보자는 “판결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나, 특정 정치적 입장에 의해 사법 독립이 침해되거나 법관들이 자기 소신을 그르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오는 19~20일 진행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