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 후속 일정으로 16일(현지시간) 극초음속미사일 ‘Kh-47 킨잘’을 포함한 러시아 전략무기를 시찰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직접 김 위원장에게 전략무기를 브리핑하며 북·러 간 긴밀한 군사협력을 보란 듯 과시했다. 특히 이번 일정은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분명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
17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전날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소식을 전하며 “조·러(북·러) 두 나라 관계 발전의 역사에 친선 단결과 협조의 새로운 전성기가 열리고 있는 시기에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맞이하는 블라디보스토크시는 열렬하고도 뜨거운 환영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일정은 군 관련 시설 시찰에 집중됐고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강순남 국방상 등 북한군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크네비치 군 비행장에서 김 위원장의 관심은 킨잘에 집중됐다. 러시아 국방부가 배포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미그-31 전투기에 장착된 킨잘을 직접 만져보는 모습이 담겼다. 킨잘은 러시아어로 ‘단검’을 뜻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자랑하는 최첨단 무기다. 전투기에 실려 발사되는 이 미사일은 자체 추진체로 가속해 사거리 2000㎞ 내에서 음속의 10배 이상인 최고 시속 1만2350㎞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킨잘을 살펴보며 러시아와의 전략무기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160, Tu-95MS, Tu-22M3도 가까이서 관찰하며 미사일이 어떻게 발사되는지 묻기도 했다. 쇼이구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이를 소개하면서 “모스크바에서 일본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폭격기의 항속거리 등 작전 반경을 설명하면서 일본을 콕 짚어 언급한 것은 최근 한·미·일의 군사협력을 겨냥한 계산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후 김 위원장은 전략핵잠수함 등 최신 장비를 갖춘 러시아 태평양함대 기지도 방문했다. 17일 러시아 연해주의 식품공장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나 18일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오는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지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 이어 시 주석과도 회담한다면 한·미·일에 대항하는 북·중·러의 결속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북한에 북·중·러 해상연합훈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이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정우진 박준상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