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식량 확보’ 행보도 빼놓지 않나…러시아 식품기업 찾을 가능성

입력 2023-09-17 15:15 수정 2023-09-17 15:1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자신의 전용 열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연해주의 식품공장 시설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북·러 정상회담에서 농업 분야 관계 발전을 논의했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군사·식량 협력 등 북·러 간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가 곧바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극동 지역의) 여러 식품 산업 기업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체고라 대사는 이어 “김 위원장이 이미 여러 중요한 현장을 방문했고 그의 방문 프로그램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그가 광범위한 이슈에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해주는 극동 지역 경제 중심지로 여러 식품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식품 기업을 방문할 경우 러시아로부터 식량 지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최근 북한은 내부 식량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의 아사자 발생 건수는 올해 7월까지 240여건으로 최근 5년 평균 110여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 김 위원장과의 북·러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농업 측면에서 북한에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러 농업 협력을 시사했다.

러시아가 식량 사정이 어려운 북한에 밀 등 식량을 제공하고, 북한이 그 대가로 농업 분야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북·러 간 농업 협력·식량 지원 움직임과 관련해 북·러 간 군사 협력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군사 시설만 계속 둘러보다가 돌아갈 경우 민간 분야는 하나도 없이 북·러가 무기만 주고받는다는 의혹이 더 커진다”면서 “북·러 식량 논의는 이런 의혹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눈속음 액션’일 가능성이 크지만, 북·러 간 실제적인 식품·농업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식품 기업을 방문한다면 우주·군사·식량 등 주요 과제로 생각하는 분야와 관련된 시설을 모두 둘러보는 것이 된다.

김 위원장은 14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15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전투기 공장, 16일 블라디보스토크 군용비행장과 태평양함대 기지를 각각 시찰했다.

김 위원장은 17일에는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관광과 스포츠·문화 등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언제 북한으로 돌아갈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날 일정을 마무리하는 대로 귀환길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이 복귀하면 북·러 간 군사·식량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이 차례로 이뤄질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러가 곧 정상합의의 후속 조치에 돌입할 것”이라며 “한반도의 긴장 고조가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등 모든 분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