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이 전국 최초로 고령자복지주택 내에 건립한 공동목욕탕이 영업 불가 판정을 받아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건축법 규정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이곳에 섣불리 시설을 조성했다가 세금 4억원만 날리게 될 처지에 놓였다.
고령자복지주택은 지난해 12월 영동읍 부용리 일대에 준공됐다. 65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영구임대(전용 26㎡) 168가구와 국민임대(전용 36㎡) 40가구 규모로 17일 기준 182가구가 입주해 있다. 고령자복지주택 입주자는 70대가 대부분이고 이 가운데 홀몸노인이 50% 이상이다.
주택건립비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부담하고 영동군이 부지 제공과 사회복지시설 조성비용 15억원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건립했다. 경로당과 관리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동목욕탕(330㎡), 식당 등의 시설은 영동군이 맡기로 했다.
그러나 단지 안에 들어선 공동목욕탕은 준공 9개월째 물 한번 채우지 못하고 방치되는 상태다.
목욕탕 조성에는 4억원이 들어갔다. 영동읍에 대중목욕탕이 한 곳뿐인 것을 감안해 입주민은 물론 인근 주민을 위한 영업시설로 설계됐다.
군은 건물이 다 지어진 뒤에야 건축법상 근린생활시설이 아니면 목욕탕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지난 1월 담당 부서 간 업무 이행 과정에서 확인한 것이다. 고령자복지주택을 설계할 당시 공동목욕탕 등에 대한 운영이 가능한 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LH나 영동군의 미흡한 행정이 차질을 초래한 셈이다.
군은 이후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여러 차례 질의했지만 불가 답변만 되돌아왔다. 군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지만 대안이 없을 경우 목욕탕을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100평(330㎡) 넘는 대규모 욕장시설을 입주민 전용으로 전환하기에는 천문학적 유지관리비가 문제다. 목욕탕을 운영하려면 수돗물 값만 한 달 1000만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17일 “법제처에 의뢰한 유권해석 결과는 10월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유권해석 결과에 따라 철거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영동=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