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표누각 ‘희경루’ 157년 만에 다시 세워져…20일 중건 기념식

입력 2023-09-17 11:31 수정 2023-09-19 08:40



광주 대표 누각 ‘희경루(喜慶樓)’가 157년 만에 중건(重建)됐다. 광주시는 20일 오전 구동 광주공원 앞 현장에서 중건 기념식을 갖는다.

시는 “전라도 정도(定都) 천년을 기념해 2018년 광주공원에 정면 5칸, 측면 4칸, 팔작지붕, 중층누각 형태의 중건공사에 착수한 지 5년여 만에 희경루를 복원해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17일 밝혔다.

19세기까지 실존한 이 누각은 1451년(문종 원년) 군수 안철석이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1430년(세종 12년) 무진군으로 강등됐다가 20여 년 만에 다시 광주목으로 복권된 것을 자축하기 위해 건립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당시 객사에 딸린 누각으로 관료와 선비들이 만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풍류를 즐기고 시를 읊조린 곳이다. 이들이 모여 공부를 하거나 문화예술 공연을 하는 공간이자 군사사열대 역할을 하는 다목적 기능을 했다.

조선 초기 문신으로 영의정을 지낸 신숙주(1417~1475)가 희경루기에서 ‘동방에서 제일가는 누각’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웅장한 규모였다.

하지만 ‘함께 기뻐하고 서로 축하한다’는 의미로 세워진 희경루는 수차례 소실과 재건을 반복해왔다. 결국 1866년 완전히 사라졌다가 일제강점기 광주읍성이 헐리면서 그 흔적과 정확한 위치조차 찾을 수 없게 됐다.


광주시는 60억원을 들여 동국대에 소장 중인 보물 제1879호 ‘희경루 방회도(榜會圖)’를 바탕으로 당시 모습을 철저히 고증·재현해 157년 만에 누각을 옮겨 지었다.

희경루 방회도는 1546년 조선시대 과거시험에 합격한 광주목사 최응룡, 전라감사 강섬 등 동기생 5명이 1567년 20년 만에 희경루에서 어렵사리 조우한 것을 기념해 화폭에 담아 남긴 그림이다.

시는 옛 문헌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광주공원 어린이놀이터 인근 신광교회 부지를 사들여 희경루의 옛 모습을 재현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화역사적 가치가 높은 희경루의 원래 위치는 현재 광주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충장우체국 일원으로 추정됐으나 인근 광주공원으로 건립장소를 옮겨 복원이 아닌 중건으로 부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건된 희경루에서는 광주의 얼굴인 무등산은 물론 번화가인 충장로와 금남로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전북 남원 광한루, 경남 진주 촉석루처럼 광주의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시는 희경루와 인접한 아시아문화전당 등을 묶어 역사문화 관광도시 광주를 알리는 공연장 등 문화콘텐츠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희경루 일원은 광주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사의 구심점”이라며 “광주의 뿌리인 희경루의 상징성을 살려 관광 자원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