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타나는 애민(愛民)의 개념이 교회 지도자에게 필요한 소양으로 조명됐다. 16일 열린 제89회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다.
분당 한신교회에서 열린 이날 학회에서 이영미 웨신대 실천신학 박사는 ‘목민심서에서 나타난 건강한교회를 위한 리더십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박사는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저술했던 19세기 초와 오늘날의 유사성을 언급하면서 “공적 윤리와 신뢰도가 하락했던 시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다산 정약용이 건강한 나라를 이루기 위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저술한 목민심서는 건강한 교회공동체를 위한 리더십 요소를 제시하는 데 의미 있는 자료”라고 소개했다.
목민심서는 부임에서부터 수령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과정인 해관(解官)에 이르기까지 12개의 편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인 실무를 하기 전 개인이 갖추고 다짐해야 할 요소인 율기(律己)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인 봉공(奉公), 애민(愛民)의 세 가지가 총론 격으로 소개된다.
이 박사는 “다산 정약용은 백성의 비참한 생활상에 한없는 긍휼의 마음을 느꼈다”며 “건강한 교회의 리더십은 교회공동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목민심서의 애민사상을 기준으로 건강한 교회 리더십의 요소 6가지를 제시했다. 6가지는 청렴을 가진 인성, 자신을 낮게 여기는 겸손, 가르치는 자로 양육, 해관의 공적인 책임, 경청을 통한 소통, 돌봄과 수용을 위한 환대다.
특히 “다산은 목민관의 가장 중요한 책임으로 벼슬을 놓아주는 해관을 강조했다”며 “교회의 지도자는 직분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해관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몇몇 대형교회의 지도자는 해관의 책임을 회피하고, 자녀에게 세습으로 그 권력과 지위를 물려주었다”며 “교회의 지도자는 세습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고 소명으로 세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강학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실천신학 박사는 “한국교회 리더십의 모델을 한국 전통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며 “목민심서에서 가려 뽑은 리더십의 여섯 가지 요소는 신뢰도가 급전직하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심각하게 되새겨야 할 중요한 것들”이라고 논찬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는 ‘건강한 교회 세우기’를 주제로 진행됐다. 구본경 이화여대 박사가 ‘공공성 실천의 주체로서의 교회’를, 문진형 개신대 박사가 ‘다음세대 신앙교육의 장으로서 가정의 성경적 역할’을, 채정명 웨신대 박사가 ‘뉴노멀 시대에 교회가 추구해야 할 복음적 프락시스의 설교’를 발표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