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꿈 귀하게 받들겠다”…대전 초등교사 추모제 열려

입력 2023-09-15 18:24
15일 오후 5시30분 대전시교육청 인근 도로에서 개최된 A교사의 추모식에 참석한 교사들이 오열하고 있다.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교사의 추모제가 거행됐다.

대전교사노조와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교조 대전지부, 전국초등교사노조, 대전실천교육교사모임(준)은 15일 오후 5시30분 대전시교육청 동문 옆 도로에서 숨진 A교사에 대한 추모제를 개최했다.

경찰 추산 7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추모제는 묵념 및 고인을 기리기 위한 영상 상영, 교원노조·단체 공동 추도사 낭독, 대전시교육감과 동료교사들의 추도사 낭독 등이 이어졌다.

교원노조·단체는 공동 추도사를 함께 낭독하며 A씨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이들은 “우리가 살아남은 것은 대단히 훌륭한 교사여서가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라며 “우리는 무너지는 교권 속에서도 관리자나 교육당국으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법과 제도로 정비돼야 할 공교육을 운에 맡겨야 하는 현실에서 교실은 무너졌고, 교사는 교실이라는 지옥에서 혼자였다”며 “권한 없는 교사에게 ‘좋은 선생님’은 꿈같은 상상일 뿐이었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좋은 선생님을 꿈꿨다”고 강조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교사들이 묵념을 하고 있는 모습.

이들은 A씨의 뜻에 따라 앞으로 희망이 있는 교단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단체는 “마지막까지 좋은 선생님이고 싶었던 선생님의 꿈을 귀하게 받아들겠다”며 “생활지도가 가능한 교실을 만들고, 배움과 성장이 최우선인 교실을 만들겠다.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던 참석자들은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추도사 낭독을 위해 연단에 오르자 분노에 찬 야유를 쏟아내기도 했다.

교사들은 설 교육감이 추도사를 낭독하자 큰 소리로 “사퇴하라” “책임져라”라고 외치며 설 교육감이 연단에서 내려올 것을 요구했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참석자들은 설 교육감이 서 있는 곳을 바라보지 않기 위해 등을 돌리고 반대편으로 뒤돌아 앉기도 했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추도사 낭독을 위해 연단에 오르자 참석자들이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모습.

교원노조·단체는 향후 교권보호를 위해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교육활동 침해행위 학생의 분리지도, 악성민원 방지방안을 법제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시교육청은 책임을 통감하고 선생님들을 지키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대전교사노조는 유족과 함께 진상을 규명하고, 악성민원인에게 죽음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경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서이초 선생님의 49재가 끝나자마자 또다른 비극이 시작됐다. 선생님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학부모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동학대로 몰렸다”며 “선생님은 가르치고 싶다. 학생은 배우고 싶다. 고인이 남긴 기록처럼 이번 일이 잘 마무리돼 교사들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전=글·사진 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