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울산 지역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하고, ‘노잼도시’(재미없는 도시)를 변모시킬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지난 14일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울산포럼에 참석해 행사 마무리 순서(클로징 세션) 및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SK그룹은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ESG, 함께 만드는 울산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2023 울산포럼’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15일 발표했다. 울산포럼은 울산이 마주한 사회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SK그룹이 울산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지역 포럼이다.
최 회장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SK 계열사 전체를 합해 울산에만 총 8조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대부분 그린(친환경 사업)과 에너지 전환에 관한 것”이라고 공개했다. 가까이로는 SK지오센트릭이 오는 10월 1조8000억원 규모 폐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를 울산시 남구에 착공한다.
클로징 세션에선 울산 지역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노잼도시’로 불리기도 하는 울산을 재밌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제조업 공장과 예술을 결합해 관광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 공장 시설에 미술적인, 디자인적인 터치가 들어가면 아름다운 예술이 되고, 재밌는 관광 거리가 될 것”이라고 화두를 던졌다. “스페인에서 어떤 공장을 봤더니, 모든 담벼락과 탱크에 예술 작품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더라”며 잿빛으로 규격화한 한국 공장 시설과 대조했다.
최 회장은 ‘울산 모델’의 수출 가능성도 언급했다. “울산이라는 산업 클러스터를 발전시키는 과정에는 환경문제, 건설, 화학 제품의 위험성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이젠 울산을 아름답고 예쁜 제조 클러스터 형태로 만들어서 수출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전혀 다른 소프트웨어 모델”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제조 도시’ 울산에 갖는 중요성도 힘주어 말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맞서려면 ‘디지털화’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울산이 제조 AI의 메카가 될 수 있다. 제조업이 가진 수많은 데이터를 당겨서(취합해서) 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AI를 돌릴 수 있는 서버와 계산능력, 그리고 이걸 실제 사업장에 적용하는 일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포럼 참석자들은 ‘청년 행복, 산업 수도의 변화’와 ‘동반성장, ESG 넥스트 전략’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SK 관계자는 “울산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에 기초해 울산 지역 이해관계자들과 미래 발전 방향을 계속해서 모색하겠다. 울산포럼이 지역사회 성장을 위한 실천적 해법을 찾는 장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울산=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