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등 각종 사건·사고를 막지 못해 내부 통제 실패 책임을 받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올해 금융권 국정감사 증인·참고인으로 줄줄이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내달 10일 국감을 시작하는 정무위원회는 12일에 금융위원회를, 16일에 금융감독원을 감사할 예정이다. KDB산업은행(산은) 등 금융 공기업은 같은 달 24일, 금융위·금감원 동시 종합감사는 27일로 예정돼있다. 금융권에 현안이 산적한 만큼 여야는 국감 증인·참고인 채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야는 이번 주까지 현안을 살핀 뒤 다음주 중 국감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 명단을 취합할 예정이다.
출석 요구장을 받을 가능성이 큰 증인·참고인 후보로는 우선 내부 통제에 실패한 BNK와 DGB, KB금융지주 회장이 꼽힌다. BNK경남은행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담당 직원이 2007년부터 올해 4월까지 15년간 고객 상환 원리금을 제3자 계좌에 이체하는 등 수법으로 14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DGB대구은행에서는 직원 수십명이 고객 동의 없이 1000개가 넘는 계좌를 무단으로 개설한 정황이 금감원에 포착됐다. KB국민은행에서는 직원 십여명이 주식 시장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30억원에 이르는 부당 이익을 챙겼다.
최근 정부·여당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누르느라 혈안인데 KB를 비롯해 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금융지주 회장에게 책임 소재를 물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사상 최대치인 1075조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월(2000억원)부터 5월(2조8000억원), 6월(3조5000억원), 7월(5조3000억원), 8월(6조2000억원)까지 5개월 연속 오르막을 걸었다. 특히 지난달 말까지 8조원 이상 팔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NH농협은행이 전체의 34%에 해당하는 2조8000억원어치 취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요구장을 받은 금융지주 회장들은 꼼짝없이 출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5대 금융지주 회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을 이유로 각 은행장을 대신 참석시켰지만 올해 총회 일정은 국감과 겹치지 않는다.
이외에 라임자산운용 펀드 특혜성 환매 알선 의혹을 받는 미래에셋증권과 본점 부산 이전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는 산은 최고경영자(CEO)도 국감장 출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최근 금감원이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특혜 환매 의혹을 제기한 뒤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는 등 연관성을 의심받고 있다. 산은은 최근 노동조합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결과가 나오도록 컨설팅사(삼일PwC)에 외압을 넣었다”고 주장함에 따라 정치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또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촉발했다는 의혹을 사는 키움증권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암호화폐 투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거래소 CEO들도 출석 요구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