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개체 수가 급증해 골칫거리로 떠오른 푸른 꽃게가 우리 밥상에 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꽃게 수입업체가 이 푸른 꽃게 수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꽃게 요리를 즐기지 않는 이탈리아에선 파스타용 조개를 먹어치우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지만 국내에선 지중해산 꽃게로 인기를 끌 가능성도 있다.
인천에서 꽃게 수입업체를 운영하는 이강희 대표는 최근 주한이탈리아 상공회의소에 푸른 꽃게를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현지 업체를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현지 업체와 만남이 성사되면 연내 푸른 꽃게를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한이탈리아상의 “실제로 연락 이어져…확인 중”
주한이탈리아 상의에는 이탈리아산 푸른 꽃게 수입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한이탈리아 상의 관계자는 14일 국민일보 통화에서 “지난주부터 다수의 업체로부터 꽃게를 한국으로 들여올 수 있는지 문의하는 연락이 오고 있다”며 “현재 수출입 관련 내용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산 푸른 꽃게는 맛이 좋아 해외에서는 이미 선호 품종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푸른 꽃게는 미국 메릴랜드 지역에서 생산이 많이 돼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품종”이라며 “현재 같은 품종을 현재 미국이나 그리스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그는 “현지 바다가 오염돼 (수입 푸른 꽃게에서) 해로운 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이상 수입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수입 시 요구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 기준도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요리 방법에 대해선 “기존에 우리 먹는 방식으로 요리가 가능하다” “다만 우리 꽃게보다는 껍질이 두꺼워 껍질째 먹는 양념게장보다는 간장게장에 더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이탈리아산 꽃게장’ 후기도…“엄청 맛있어”
실제로 최근에는 유럽에 거주한다는 한 한인 여성이 이탈리아산 푸른 꽃게로 간장게장을 담근 후기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후기에서는 작성자는 “알이 가득 들어있고 엄청나게 맛있다”며 “조금도 비리지 않다. 수율이 매우 좋았고 내장도 맛있다. 내장보다는 살이 더 달다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또 “게장으로 담그니까 전혀 파랗지도 않다”며 “먹는 데 무리 없이 매우 맛있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등껍질 안쪽 푸른색이 조금 낯설지만 맛만 좋으면 다 먹을 듯” “쪄 먹거나 라면에 넣어 먹어도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伊 베네토 정부 “갑각류가 조개 먹어치워…전쟁 선포”
앞서 지난달 이탈리아 동북부 베네토주는 해양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푸른 꽃게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최근 수년간 대서양 연안에서 지중해로 유입된 푸른 꽃게는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봉골레 파스타 속 조개를 비롯해 홍합과 굴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현지 양식업자들을 폐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푸른 꽃게 퇴치를 위해 지난달 300만 유로(약 42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다. 또 꽃게 개체 수의 분포와 확산을 감시하기 위해 300개의 덫을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루카 자이아 베네토 주지사는 “갑각류가 모든 것을 부수고 재앙을 초래한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