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기획재정부 내부 게시판인 ‘공감소통’에 ‘직장 내 괴롭힘은 공무상 재해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지난해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질병도 재해로 인정받게 됐는데, 그럼에도 괴롭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직원은 “가해자가 상사인 경우 피해자는 숨죽여 있다가 병들고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는다”며 “피해자가 휴직하면 업무 기피자는 무능력자로 낙인을 찍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부디 자신을 돌아보고 직원을 부품이 아닌 인격체로 대해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게시글은 최근 공황장애를 이유로 병가를 신청한 기재부 사무관 A씨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상사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씨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B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가 한밤 중에 식은땀을 흘리고, 신음소리를 내는 낯선 모습을 보게 됐다”며 “집보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았던 사람에게 왜 그렇게 압박을 하며 괴롭히셨는지 모르겠다”고 글을 남겼다. 이 글에는 다수의 댓글이 달린 상태다. A씨의 상사로 지목된 C 과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기재부는 나라 예산과 재정, 세금과 국제경제 현안 등을 총괄하는 부처다. 그만큼 업무량이 과중하고, 빠르고 정확한 업무 처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설, 가혹행위를 하는 고위직이 많았다. 하지만 직장 내 갑질 근절이 사회적 현안이 된 이후엔 회자될 만한 사례가 대폭 줄었는데 이번 사례가 나온 것이다.
기재부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갑질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매년 실시하는 내부 투표에서 ‘닮고 싶지 않은 상사(안닮상)’로 선정될 경우 이를 인사에 반영하는 식의 조치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