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튀어나온 행인 치여 숨졌다면 어떤 처벌 받을까

입력 2023-09-14 13:48 수정 2023-09-14 14:07

‘인도를 걷던 행인이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었다가 버스에 치여 숨졌다면 운전기사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광주지법 형사10단독 나상아 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버스기사 A(55)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10월 광주 북구청 인근 도로에서 버스를 운행하던 중이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시운행’을 위해 핸들을 잡고 운전에 열중했다.

이 시각 버스와 나란히 인근 인도를 걷던 B씨가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자마자 주행 중인 버스에도 아랑곳없이 갑자기 도로 위로 뛰어들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베테랑 기사인 A씨는 순식간에 급제동했지만 B씨를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버스에 치인 B씨는 얼마 되지 않아 숨을 거뒀고 A씨는 끔찍한 사망사고를 낸 불행한 처지가 됐다.

검찰은 이후 A씨가 전방주시를 게을리 한데다 길을 건너는 행인을 재빨리 발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자칫 A씨가 신분상 불이익은 물론 민형사상 책임을 떠안을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고 당시 30㎞의 속도로 규정 속도보다 느리게 운행 중이었던데다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 위로 튀어나온 피해자를 피하기에는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아닌 누구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나 판사는 “운전기사 A씨의 과실에 대한 범죄 증명이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