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롬니 의원, 세대 교체 주장하며 불출마 선언

입력 2023-09-14 07:33

2012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상원의원이 고령을 이유로 차기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새로운 세대의 리더를 위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직격했다.

롬니 의원은 13일(현지시간) “재선 임기가 끝날 때면 80대 중반에 접어든다. 이제는 새 세대의 지도자를 위한 시간이며, 그들이야말로 자신들이 살아갈 세계의 모습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롬니 의원은 올해 76세로 2025년 1월 임기가 끝난다.

롬니 의원은 “차기 대통령은 바이든 혹은 트럼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중요한 문제를 이끌 능력이 없고, 트럼프는 의지가 없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그는 “중국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은 군사 부문에 너무 적게 투자하고, 트럼프는 우리 동맹에 너무 적게 투자한다”며 “차세대 지도자들은 미국을 글로벌 리더십의 다음 단계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롬니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고령 정치’ 논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언은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 등 건강 문제로 직책 수행이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 정치인들에 대한 나이 문제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차기 대선 선두 주자인 바이든(80세) 대통령과 트럼프(77세) 전 대통령 모두 롬니 의원보다 나이가 많다.

롬니 의원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로도 꼽힌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두 차례 탄핵안 투표에서 모두 찬성표를 던진 유일한 공화당 인사다. 롬니 의원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독재와 같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세계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은 미국인 다수가 트럼프가 아닌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한다는 것을 잊고 있다”며 “헌법 가치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공화당이 포퓰리즘 선동 메시지에 기울어져 있다”고 우려했다.

WP 베테랑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도 이날 기명 칼럼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불출마를 촉구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성공적이고 효과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해왔다”고 평가했지만 “미국인 77%가 너무 늙었다고 답한다”며 고령 문제를 제기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출마하면 트럼프 재선을 막은 업적이 무효가 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