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소송과 협력은 별개…한수원, 웨스팅하우스 두고 ‘투트랙 전략’

입력 2023-09-14 06:00
한국수력원자력 전경. 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한국형 원전 ARP1400 수출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웨스팅하우스에 대해 ‘투트랙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두 원자력 회사는 원전 주변 기기나 부품 조달 분야에서 협력이 불가피하다. 아예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한수원이 소송은 소송대로, 협력은 협력대로 나눠서 웨스팅하우스와의 관계를 정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수원에 따르면 품질보증처 직원들은 지난 7월 미국 미네소타주에 위치한 웨스팅하우스 자회사(Westinghouse Fuel Handling Equipment & Manufacturing)를 방문했다. 이 회사는 원전용 연료 취급 장비와 제조 장비를 공급하는 곳이다. 한수원은 원자력 구매 자문위원회(NUPIC) 합동 품질감사 차원에서 해당 회사를 찾았다.

한수원은 소송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주요 원전 장비 등을 구입하고 있다. 한수원 직원들은 이번 출장에서 웨스팅하우스 자회사가 만드는 원전 장비의 품질을 평가하고, 생산 과정을 확인했다. 웨스팅하우스는 NUPIC 구성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양측이 소송전에 돌입했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촉은 계속 하고 있는 셈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과거부터 양측이 워낙 같이 해온 사업이나 체결한 계약이 많다”며 “원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선 계속 만나거나 접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리1호기 등 웨스팅하우스 노형으로 지어진 원전도 국내에 여럿 있다”며 “두 회사가 마냥 갈등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수원은 폴란드 원전 사업 등을 두고 웨스팅하우스와 경쟁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그 과정에서 한수원이 개발한 APR1400 및 APR1000 원전에 사용한 기술이 미국 수출입통제법에 따른 수출통제 대상이니 수출을 제한해 달라며 지난해 10월 21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했다.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한수원은 소송전과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 진척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수원은 최근 법무법인 율촌을 폴란드 원전 수출사업의 법률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수주전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모양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