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다니엘’로 댐 두 곳이 무너지면서 재앙적 홍수가 발생한 리비아 동부의 사망자가 5300명을 넘어섰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종자가 1만명에 달해 정확한 피해규모도 가늠하지 못하는 상태인데도, 두쪽으로 갈라진 리비아 동·서 정부는 재발을 막을 근본 대책은커녕 사태수습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스만 압둘자릴 리비아 동부 보건부장관은 이날 하루 동안 데르나에서 시신 1500구를 발견해 수습했다고 밝혔다. 리비아 내무부는 “데르나에서만 5300명이 넘는 인원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종전 집계된 사망자에서 3000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재민도 4만명 이상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데르나의 한 병원 밖 거리에 담요를 덮은 시신 수십구가 쌓여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시신을 물 밖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어서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건물 잔해에 깔려 있는 생존자를 구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지만, 많은 주민들이 지중해로 떠내려가 남은 작업은 시신 수습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메르 라마단 적신월사연맹(IFRC) 특사는 “사상 초유의 홍수로 1만명이 실종됐다”며 “사망자 수는 며칠 안에 수천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측 사상 북아프리카에서 최대 인명피해 사고로 기록된 이번 홍수는 낡은 댐 두곳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수년간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시설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벌어진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다니엘이 강타한 리비아 동부는 행정 체계조차 없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리비아는 동부를 중심으로 국토 75%를 장악한 최대 군벌 리비아국민군(LNA)과 유엔 지원을 받아 서부를 통치하는 리비아통합정부(GNA)이 대립하며 내전 중이다.
저지대인 데르나에서 운영돼온 댐 두 곳은 기후변화가 촉발한 열대성 폭풍을 감당하지 못했다. 재난 예측과 경보, 대피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댐의 유지·보수마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실종자 수색·구조를 위해선 진영을 초월한 대응이 절실하지만, 양쪽의 협력이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AP통신은 “양측 정부가 홍수 피해지역에서 구조활동을 돕겠다고 약속했지만 성공적인 협력을 보인 적은 없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도 “홍수가 발생한 동부 지역은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반군 연합이 통치하고 있어서 구호 활동과 소통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