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막은 ‘주차빌런’…스티커 붙였더니 적반하장 고소

입력 2023-09-13 15:54
병원 응급실 전용승강기 앞을 가로막고 주차된 차량 사진. 보배드림 캡처

병원 응급실 전용 승강기 앞에 차를 세우고 사라진 차주의 적반하장식 태도가 공분을 사고 있다. 차주는 차를 옮겨달라는 주차장 관리 요원의 요청을 묵살했을 뿐만 아니라, 차 유리에 주차 위반 스티커가 붙자 병원 측을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병원 지하주차장 응급실 전용 승강기 입구에 주차를…’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병원 주차 관리원이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응급실 전용 승강기 앞에 주차한 차량의 차주 B씨와 쌍방 고소에까지 이르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A씨는 최근 근무 중에 지하 주차장 응급실 전용 승강기 앞을 가로막은 흰색 SUV를 포착했다. 차는 시동이 걸려있는 상태였다. 이에 A씨는 차주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응급실 전용 승강기 사용이 불가하니, 신속히 이동 주차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자 B씨는 “진료 대기 중이니 직접 빼라”면서 “승강기 사용을 못 해서 문제 생기는 게 있으면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다른 사람의 재산인 차량에 손을 대기가 꺼려졌다는 A씨는 재차 B씨에게 “직접 차를 직접 빼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은 이후에도 차는 그 상태 그대로 서 있었고, B씨는 다시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후 A씨는 “구급차 자리이기도 하고 주차선 위반에 응급승강기 입구도 막고 있다는 판단에 주차 (금지)스티커를 조수석 유리에 부착했다”며 “그런데 차주는 스티커를 부착한 것이 화가 난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차도 빼지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고 토로했다. B씨는 A씨를 재물손괴죄로 고소했다고 한다.

이에 병원 측도 B씨를 경찰에 신고하고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병원 응급실 전용승강기 앞에 주차된 차량 사진. 차량과 승강기 문과의 간격은 휠체어도 지나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아 보인다. 보배드림 캡처

이후 연락이 온 B씨가 스티커를 떼주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해 A씨는 마지못해 수락했다. A씨는 “병원 이미지를 생각해서 스티커 붙인 자리를 티도 안나게 말끔히 제거해 줬다”며 “그런데 5일이 지나 (B씨가)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려서 보건소에 민원이 걸렸다”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의견을 구했다.

실제 A씨가 올린 사진을 보면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응급실 전용이라고 적힌 승강기 입구 앞에 삐딱하게 서 있다. 주차된 차량과 승강기 문과의 간격은 휠체어도 지나기 어려울 정도로 좁아 보인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저 차 때문에 몇 분 차이로 사람이 죽었으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 “차주 본인 가족이 다른 차 때문에 응급실 못 들어가는 상황이 돼봐야 정신 차린다” “신상 공개하면 민원 취소할 듯” 등 차주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한편으론 “업무방해 맞는데 왜 병원이 고소를 취하해 주나” “병원의 안일한 대응으로 저런 진상이 더 생긴다” “병원이 이미지 생각해서 스티커 제거해줄 게 아니라 환자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현행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구급차의 응급환자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