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모란, 봉황, 백로, 나비 등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조선시대 대표 혼례복 ‘활옷’이 세계적 K팝 스타의 손을 거쳐 다시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은 오는 15일 ‘활옷 만개(滿開)-조선왕실 여성 혼례복’ 특별전을 2층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선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이 소장해 왔던 활옷 작품이 특히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의 후원을 받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최근 보존처리를 마쳤다. RM은 국외 소재 문화재 보존·복원 및 활용을 위해 써 달라며 재단에 2년 연속 1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LACMA가 소장한 이 활옷은 20세기 초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한 미술품 수집가가 1939년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한 자수, 진한 붉은 대홍(大紅) 염색, 아름다운 금박 등이 두드러지며 형태나 색감 등 보존상태가 양호해 문화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쪽 소매를 다 펼쳤을 때 길이가 약 172㎝, 세로 길이는 127㎝ 이른다. 연꽃, 모란, 봉황, 백로, 나비 등 혼례를 올리는 부부의 해로와 행복을 비는 무늬가 수놓아져 있다.
한 쌍의 봉황은 음양의 조화와 부부의 화합을, 나비와 꽃은 남녀의 사랑을 상징한다. 뿌리마다 잎과 꽃이 풍성하게 자라는 연꽃은 자손의 번창을 뜻하는 문양이다.
재단은 지난해 10월에 이 활옷을 국내로 들여와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보존 처리 작업을 진행해왔다.
사전 조사를 거쳐 활옷의 바탕이 되는 섬유, 실 등 재료와 제작 기법을 확인했고 적외선 촬영 조사, 오염물 제거, 손상 직물 보강 등 약 5개월간 여러 공정을 거쳤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 활옷을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내기 전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여 더욱 뜻깊은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이 작품을 비롯해 공주, 옹주, 왕자의 부인인 군부인 등 조선왕실이 애용했던 활옷 9점을 볼 수 있다.
현존하는 활옷 가운데 유일하게 착용자가 알려진 ‘복온공주 활옷’ 등 국내 활옷 3점과 미국 필드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클리블랜드 미술관 등이 소장한 작품들이다.
활옷은 조선 전기 국가기록물에 홍장삼(紅長杉)으로 기록된 고유 복식 전통을 이은 긴 겉옷 형태로, 조선왕실부터 민간으로까지 널리 퍼졌던 여성 혼례복이다. 진한 붉은 비단 위에 다양한 기법으로 무늬를 수놓아 장식한 활옷은 치마, 저고리 등 여러 받침 옷 위에 착용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