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닌데…” 대전 교사 사건 ‘헛저격’에 생계 위기

입력 2023-09-13 05:34 수정 2023-09-13 10:21
12일 오후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대전 유성구에서 운영 중인 가게 앞에 학부모를 비판하는 내용의 근조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들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에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무고한 피해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된 가해 학부모로 잘못 알려지면서 영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12일 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는 최근 극단선택으로 숨진 대전 교사 사건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12일 한 SNS에는 ‘대전 ○○가게는 저희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입니다’로 시작하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저희 아버지 사업장이 가해자 학부모의 영업장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많은 피해를 받고 있다”며 “잘못된 정보는 한 가정을 망친다. 이 글을 제발 공유해 달라”고 호소했다.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전 교사 사건 헛저격으로 고통받는 식당'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가족관계증명서까지 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대전 교사 사건 헛저격으로 고통받는 식당’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가해 학부모로 잘못 지목된 업주의 조카라고 밝힌 작성자는 “일부 누리꾼 때문에 수년간 삼촌이 일궈온 가게가 비난받는 게 속상하고 참담하다”면서 “이분의 자녀는 성인이고 미혼이다. 무엇보다 사건이 일어난 동네에 거주하신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작성자가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가족관계증명서와 사업자등록증까지 공개하자 오해했던 네티즌들은 사과하기도 했다. 댓글에는 “잘못된 소문으로 상처받으셨을 가족분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잠깐 의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전 사건 가해 학부모가 운영하는 미용실과 같은 상호를 쓰는 대전의 한 미용실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곳"이라고 공지하고 있다. 네이버 플레이스 캡처

대전 사건 가해 학부모가 운영하는 미용실과 같은 상호를 쓰는 대전의 또 다른 미용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 미용실은 온라인 공지를 통해 “저희 가게는 모 초등교사와 관련이 없는 곳이다. 저희 가게는 대전 유성구가 아닌 동구에 있으니 제발 주소를 확인해 달라”면서 “무분별한 전화테러와 악의적인 댓글은 자제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대전의 한 음악학원 원장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르는 번호로 수차례 전화가 오기 시작하면서 저격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고한 사람을 마녀사냥해 또 피해자를 만들려고 이러는 거냐”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가해 학부모 중 한 명이 운영했던 음식점 프렌차이즈의 다른 지점에도 피해가 가고 있다. 이번 사건과 아무런 연관 없이 다른 지역에서 같은 프렌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데도 해당 가게의 매출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맹점주는 “해당 음식점 가맹점이라는 이유로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모르는 가맹점주가 한 잘못된 일로 우리까지 생계에 위협을 받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특히 지난 10일부터 SNS에 가해 부모들의 신상정보를 폭로하는 계정이 등장하는 등 가해 부모에 대한 정보들이 끊임없이 유통되고 있다. 가해 부모들이 실제 운영했던 가게에는 이번 사건에 항의하는 포스트잇이 붙는 등 네티즌들의 행동이 이어지면서 ‘사적 제재 논란’도 커지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