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아내와 함께…” 극단 선택 시도 80대 구속

입력 2023-09-12 18:11
국민일보 DB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내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80대 남편이 경찰에 구속됐다.

경기도 수원중부경찰서는 자살방조 혐의로 8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해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의 아내인 70대 여성 B씨는 지난 10일 오전 1시쯤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독극물을 먹고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수년간 알츠하이머를 앓던 아내를 병간호하다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지난 11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A씨의 아들에게서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한다”는 내용의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A씨 부부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아들에게 보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도 같은 취지의 글귀가 적혀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아내 B씨의 사인에 대해 “약물에 의한 중독사가 의심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구두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현장에 있던 A씨는 별다른 신체적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도 독극물을 먹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함께 극단 선택을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도 보이지만, 정확한 경위 파악을 위해 A씨의 혈액을 국과수로 보내 감정 의뢰했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그에 맞는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