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월가(街)의 거물로 전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숨은 황태자’라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은행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경제의 호황 기조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믿는다면 큰 실수”라고 언급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양적 긴축’을 계속할 경우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가 불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다이먼 CEO는 1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바클레이스 금융 콘퍼런스에 참석해 “소비자들의 건전한 재정 상황과 임금 상승이 현재 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향후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미국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그는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각국 중앙은행들의 동시다발적 양적 긴축을 꼽았다.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억제하는 것이 되레 역풍이 돼 돌아올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노동시장이 완만한 속도로 냉각되며 상승 흐름을 탄 미국경제의 전망을 보수적으로 보는 게 현명하다는 진단이다.
다이먼 CEO는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일시적일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기업들이 현재 실적을 보고 기분이 좋을 수 있지만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며 “12개월 또는 18개월 뒤 모든 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미 금융당국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은행들에 엄격한 자본·유동성 요건을 부과하는 규제를 추진 중인 것도 정면 비판했다.
다이먼 CEO는 “매우 실망스럽다. JP모건은 유럽 은행보다 약 30%나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조치가 현실화하면 은행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나 중소기업 대출 등 특정 활동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은행들이) 수년간 대출로 초과 수익을 올린 건 맞지만, 부동산과 서브프라임 자동차대출 등에서 우려되는 부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중 갈등으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중국 내 사업 상황도 우려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앞에 놓여있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매우 크고 매우 위험하다”며 “이러한 위험 중에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도 포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JP모건의 중국 사업 전망은 ‘장밋빛'’서 ‘그저 그렇다’로 바뀌었다.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상황은 언제든 악화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