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조만간 있을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유엔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혀 북·러가 기존 대북제재 체제에 구멍을 내거나 대북제제를 대놓고 무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러가 대북제재 이행 거부와 무기 거래를 강행할 경우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질서의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북·러가 안보 위협을 행동으로 옮길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우세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의 북·러 정상회담은 13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일본 교도통신이 러시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는 북·러 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간에 대해 여전히 함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유엔 제재를 받는 북한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많은 국가가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우방국들과 협력하면서 전반적으로 (관련)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고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안보리에서의 사안에 대한 프로세스도 논의 주제가 되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북한 친구들과 이 주제(안보리 사안)에 대해 논의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북·러가 대북제재 이행 거부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거부권을 앞세워 대북 추가제재에 제동을 걸어왔다.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의 무기 거래도 금지돼 있다.
북·러 무기 거래가 성사될 경우 그 자체로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러시아)이 유엔 결의를 정면위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러시아는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대북제재를 지키지 않는 것은 있기 어려운 일”이라며 “실제로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지키지 않더라도 정면으로 어기고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북·러가 무기를 거래할 경우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이미 경고했다.
이에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의 경고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북한을 포함한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의 경고가 아닌 양국의 이익”이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는 당초 유력한 목적지로 거론됐던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2012년부터 새로 건설한 첨단 우주기지로, 북·러 간 군사협력 확대를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푸틴 대통령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