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사진을 건네는 누나 박명주(69·안양 함께하는교회) 권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동주 브라질 선교사가 코로나19에 걸려 별세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누나는 동생의 이름을 다 부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박 권사는 “당시 브라질에는 코로나19 환자가 너무 많아 병에 걸려도 병원에 입원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며 “박 선교사가 입원했을 때는 병세가 악화한 후였고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박 권사에게는 이미 선교사로 순직한 동생이 있었다. 그는 “박 선교사가 두 번째다. 넷째가 베네수엘라에서 사역하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며 “91세 노모가 살아계시는데 박 선교사의 순직 사실을 아직도 모른다. 자식을 앞세우는 슬픔을 두 번이나 겪게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브라질에는 박 선교사의 아내 이금숙 선교사가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박 선교사가 세운 9개 교회 중 8곳은 현지인 사역자들에게 이양했다.
박 권사를 비롯해 코로나19 순직 선교사의 가족 10여명이 12일 서울 양천구 CBS 기독교방송(CBS·사장 김진오)에 모였다. 한국위기관리재단(위기관리재단·이사장 한정국 목사)과 CBS가 공동으로 유가족을 위한 위로예배를 마련한 것. 조동업 한국위기관리재단 대표는 “오늘 모임은 미국에 계신 한 부부의 순종으로 시작됐다”며 “부부는 코로나19로 순직한 한국 선교사 가운데 19분의 가족에게 100만원씩 헌금을 전달하고 싶다고 의사를 전해 왔다”고 배경을 밝혔다.
한정국 위기관리재단 이사장은 “코로나19 초기 열악한 선교지의 사람들은 치료를 받기도 어려웠다”며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는 치료를 못 받으면 한국 선교사에게 가보라는 풍문이 돌았다고 한다. 찾아오는 이를 그냥 돌려보낼 수 없어서 기도라도 해준 선교사들 가운데 많은 분이 코로나에 감염되셨다”고 전했다. 한 이사장은 “한 알의 밀알처럼 썩어져 간 선교사들을 존경한다. 먼저 가신 그들을 따라 우리도 아름다운 사역을 계속해 나가자”고 권면했다.
유가족을 대표해 정수정 예수전도단 간사가 인사했다. 정 간사는 “2009년 인도에 갈 때 두 아이의 손을 꼭 붙들던 남편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1살이던 막내는 제 품에 안겨 있었다. 그렇게 가족 5명이 선교사의 삶을 시작했다”고 입을 뗐다. 정 간사는 “2021년에 네 가족이 고국에 돌아왔다. 아빠보다도 키가 큰 아들이 품에 아빠의 유골을 안았다”고 울먹였다. 정 선교사는 “혼란스러운 가운데 하나님께서 도움의 손길을 붙이셨다”며 “한국교회와 위기관리재단의 관심과 기도가 전해졌다. 하루만 살아갈 힘을 달라고 기도했던 기도가 변해서 한국에서의 새로운 사역과 영혼 구원을 위한 기도로 이어졌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캠퍼스에서 유학생들과 이주민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며 “우리 가족은 생명을 다하는 날까지 하나님의 선하심을 전하며 살 것”이라고 다짐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