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의 부친을 ‘친일파’로 지칭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고소했다. 이에 박 장관은 문 전 대통령이 또다시 친일 대 반일 프레임 구도로 몰고 가고 있다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출입기자단에 공지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박 장관을 고소했다. 문 전 대통령 위임을 받은 비서관이 고소장을 양산경찰서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맡는 등 문 전 대통령 복심으로 불린다.
윤 의원은 이어 “박 장관이 아무 근거 없이 문 전 대통령 부친에 대해 ‘친일을 했다’고 매도한 탓”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을 향해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가리기 위해 전임 대통령 부친까지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즉각 반발했다.
박 장관은 페이스북에 “저는 ‘일제 강점기라는 아픔의 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들에게는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이런 진심마저도 왜곡하면서 전직 대통령이 법적 공격을 통해 또 다시 반일 대 친일 정쟁으로 몰아가는 행태에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적었다.
박 장관은 이어 “이번 고소를 통해 도대체 무엇이 친일이고, 누가 친일파인지 보다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는 계기가 된다면 망외(望外) 소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법적 절차에 충실이 따르되, 그에 따르는 수고로움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 감수해야 할 영광으로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문 전 대통령 부친은 (일제시대)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했는데, 친일파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발언은 일제강점기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백선엽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의원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문 전 대통령 부친이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한 것은 일제 치하가 아니라 해방 후”라며 법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