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현직 경찰관이 추락사한 마약 파티 현장에서 신종 마약 성분도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천사의 가루’라고도 불리는 펜사이클리딘은 1950년 의료용 마취제로 개발됐지만 자살 충동과 환각, 발작 등 부작용이 심각해 사용이 중단된 약물이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마약 모임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기업 직원 이모(31)씨의 소변에서 신종 마약 성분인 ‘펜사이클리딘’ 유사체 성분이 추가로 검출됐다. 이 마약류는 필로폰 등 다른 마약과 함께 섞어 투약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0년대 초반 국내에 들어온 러시아 마약 ‘뮬까’로 알려진 ‘메스케치논’ 유사 물질도 검출됐다.
경찰은 이씨가 이 모임에 마약을 공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이씨를 포함한 마약 모임 참석자 5명은 지난달 말 마약 간이시약 검사와 정밀검사에서 케타민·MDMA(엑스터시)·필로폰 등 마약류 양성 반응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일부의 소변 정밀감정 결과만 회신받았다. 모발 등 나머지 감정 결과까지 살펴봐야 투약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은 마약 모임을 주도한 이씨와 정모(45)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씨는 이들 모임에 장소를 제공한 아파트 세입자다. 정씨 역시 대마 등 마약류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정씨는 이미 마약 관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도 있는 인물이다.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헬스 트레이너 김모(31)씨의 경우는 “주거가 일정하고 사회적 유대관계에 비춰 볼 때 도주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강원경찰청 소속 A경장이 추락사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당일 모임에 참석자들을 입건해 투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A경장이 투신할 때 방에 다른 일행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A경장의 부검 정밀 결과는 나오지 않았는데, 신종 마약들이 추락사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