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필요합니다” 모로코의 호소…귀국 미룬 관광객들

입력 2023-09-12 00:02 수정 2023-09-12 00:02
마라케시의 인근 마을에서 10일 주민들이 폐허가 된 길을 걷고 있다. AP 뉴시스

120년 만에 최악의 지진 피해를 입은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사상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헌혈 등 도움의 손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관광객도 귀국을 미루고 헌혈과 구호작업에 손길을 보태고 있다.

모로코의 월드컵스타 아슈라프 하키미(25·파리 생제르맹)는 10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직접 헌혈하면서 엄지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면서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혈해야 합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고 호소했다.

모로코 축구 국가대표팀 소속 하키미(25·파리 생제르맹)가 10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헌혈하는 사진을 올리며 헌혈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하키미 X 캡쳐

헌혈에 나선 건 하키미뿐 아니다. 모로코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전원은 이날 헌혈에 동참하며 헌혈의 필요성을 알렸다.

모로코 축구 대표팀은 지난해 열린 카타르월드컵에서 아프리카 국가 최초 4강 신화를 이뤄내며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9일 라이베리아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예선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지진으로 연기됐다.

모로코는 지난 8일 발생한 규모 6.8의 지진으로 현재까지 2100명이 넘는 사람이 숨지고, 수천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필사적인 구조활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구조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72시간이 임박해지면서 사상자는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참혹한 비극 앞에 모로코를 찾았던 일부 관광객도 귀국을 미루고 헌혈과 구호활동에 나서고 있다.

모로코 시민들이 10일(현지시간) 헌혈을 위해 마라케시의 혈액 기부 센터에서 줄을 서고 있다. 모로코 월드뉴스(Morocco World News) 페이스북 캡쳐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마라케시 종합병원에 모로코 시민들뿐 아니라 각지 관광객들도 헌혈을 위해 모여들었다고 보도했다.

마라케시의 한 호텔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다 지진을 겪은 영국인 관광객 마크 체스터(59)도 그중 한 명이다. 병원을 찾은 그는 “그간 모로코에서 받은 친절과 도움에 보답하고 싶었다”며 헌혈에 참여했다.

공무원인 사라 퍼거슨(39)은 구호를 돕기 위해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고 모로코에 남기로 했다. 그는 “헌혈로 희생자들을 돕고 싶다. 한 주 더 모로코에 남아 지역을 돕겠다”고 말했다.

모로코를 향한 도움의 손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단체인 유니세프와 유엔은 성금 모금에 나섰으며, 각국의 민간 구조팀 역시 모로코를 돕기 위해 대기 중에 있다.

모로코 국립 헌혈조사센터는 국제사회 등의 도움으로 하루 만에 6000팩이 넘는 혈액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7일 동안 부상자를 치료할 수 있는 양이다. 센터는 다만 이 같은 도움이 앞으로도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승훈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