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전용열차를 타고 러시아 방문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약 4년 5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무기거래 등 군사분야 협력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푸틴 동지 초청에 의해 곧 러시아 연방을 방문한다”며 “방문 기간 김 위원장은 푸틴 동지와 상봉하고, 회담을 진행하게 된다”고 11일 밝혔다.
러시아 크렘링궁도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 초청을 받아 수일 내 러시아에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 전용열차 편이 평양을 출발해 북동쪽 국경 지역으로 이동하는 정황이 우리 정보 당국에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2019년 4월 러시아를 방문할 때처럼 이번에도 대규모 수행원을 대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최선희 외무상 등 230여명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는 두만강 ‘우호의 다리’ 철교를 지나 북·러 국경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열차로 이동하는 거리는 편도 1180㎞로, 시속 60㎞ 정도인 북한 열악한 철도 사정을 감안하면 가는 데만 20시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북한은 열차 바퀴로 표준궤, 러시아는 광궤를 사용하기 때문에 접경 지역에서 바퀴도 새로 갈아 끼워야 한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 중인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전날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에서 EEF를 개최했다.
EEF는 오는 13일까지 진행된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링궁 대변인은 양 정상이 EEF에서는 정상회담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현지 매체 RTV가 보도했다.
RTV는 페스코프 대변인이 김 위원장 방러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외교가 안팎에선 북·러 정상이 이르면 12일 오후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탄약과 로켓 공급 등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무기 부족 사태를 겪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군사정찰위성 관련 기술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관련 기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또 대북 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난을 타개하려는 목적으로 푸틴 대통령에게 식량과 원유 공급을 요청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