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다낭 카지노에서 붙잡힌 ‘대전 신협 강도’ 피의자는 현지 교민들의 제보 이후 3시간30분만에 붙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경찰청은 10일 오후 4시55분(현지시각) 신협 강도사건 피의자인 A씨(47)를 베트남 다낭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8일 오전 11시58분쯤 대전 서구의 한 신협에 소화기를 뿌리며 내부로 침입, 직원을 흉기로 위협한 뒤 39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전후로 자가용과 오토바이, 택시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이용하고 10차례에 걸쳐 옷을 갈아입으며 수사망을 빠져나간 A씨는 범행 이틀 뒤인 지난달 20일 오전 11시5분쯤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경찰은 3000여대 분량의 CCTV를 분석해 21일에야 겨우 A씨의 신원을 특정했지만 그는 이미 하루 전 베트남으로 도피한 상태였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사무총국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경찰은 금융·통신·주변인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갔다. 그러나 A씨는 휴대전화를 꺼놓는 등 생활반응을 전혀 나타내지 않았다.
경찰은 결국 A씨를 현지에서 공개수배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지난 8일 공안에 수배를 의뢰했다. A씨의 공개수배가 결정된 이후 현지 한인 교민회에는 수배내용·사진 등이 포함된 수배전단이 공유됐다.
공개수배로 전환한 지 이틀만인 10일 오후 1시20분(현지시각)쯤 수배전단에 명시된 대전서부경찰서의 전화로 A씨가 나타났다는 현지 교민의 제보가 접수됐다.
이 교민은 “4~5일 전 다낭 호텔 카지노에서 피의자를 본 것 같다”며 “어제도 카지노에 있었던 것 같다”고 제보했다.
제보를 전달받은 현지 경찰 주재관이 CCTV를 확인한 결과 A씨가 실제로 카지노에 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현지 공안과 경찰주재관, 대사관 직원들이 잠복을 벌인 끝에 카지노로 게임을 하러 온 A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
제보 시점으로부터 불과 3시간 30여분만이었다.
검거 당시 A씨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모자·마스크를 쓰고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수중에는 200만원 상당의 카지노 칩과 30만원 가량의 베트남 현금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검거직전까지 카지노로부터 약 4㎞ 정도 떨어진 여관에서 묵으며 몸을 숨겼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공안이 이 숙소를 확인한 결과 그가 훔쳐 달아난 돈은 없고 한국 돈 20만원 상당의 베트남 현금만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훔친 돈을 모두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서 검거 며칠 전에는 그가 현지 한인마트에서 교민들의 가방·지갑 등을 훔치려 시도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현재 베트남 공안이 구금하고 있는 상태다. 기초조사에서 은행강도 범행을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베트남 치안 당국과 A씨의 국내 송환 방법 및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한국과 베트남 치안 당국의 우호 관계가 피의자 조기 검거에 큰 도움이 됐다”며 “또 현지 신고망을 잘 갖춰둔 상태에서 수배전단지가 배포된 것도 검거에 크게 기여했다. 피의자를 최대한 신속하게 송환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