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학 산실 22일 문 연다…각화동 시화문화마을에 둥지

입력 2023-09-11 11:09

광주 최초의 공립문학관이 문을 연다. 지역 문학계 숙원이던 ‘광주문학관’이 각화동 시화문화마을에 둥지를 튼다.

광주시는 “오는 22일 북구 시화문화마을에서 광주문학관 개관식을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2021년 1월 171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4층 총면적 3500㎡ 규모로 착공한 이 시설은 종전 시화문화마을 커뮤니티센터를 증축해 닻을 올린다.

현재 막바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인 광주문학관은 종전 커뮤니티센터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실, 문학 수다방, 카페, 문학사랑방, 창작공간, 수장고 등을 갖췄다.

시인 김현승과 박용철 문병란 정소파 등 광주 4대 문인의 생애와 문학을 집중 조명하고 5월 문학 관련 작품을 전시하는 상설·기획 전시실과 함께 신예 작가들의 산실이 될 ‘창작공간’, 도서·영상 자료실, 세미나실을 운영한다.

광주시는 개관을 앞두고 광주·전남 출신 작가들의 삶과 지역 문화사를 담은 자료를 예산을 들여 공개 수집한다. 각종 작품이 실린 시집과 소설책 원본, 문학가들의 유품, 문예활동 자료 등을 사들인다.

‘호남학보’, ‘영도’, ‘시문학’ 등 정기 문학 간행물도 포함된다.

이와 함께 고대부터 1980년대까지 지역에서 발간된 광주 문학 관련 모든 장르의 기록물을 기증받는다. 기증자는 명패부착과 문학과 행사초청 등으로 예우하게 된다.

개인, 법인, 단체 등이 자료의 매도를 원하면 25일부터 10월 6일까지 전자우편을 통해 접수하면 된다. 시는 접수된 자료를 전문가 심의를 거쳐 구매한 뒤 문학관에 소장하면서 지역문화사 연구·전시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문학관 ‘창작공간’에서 다양할 작품 활동을 입주 작가도 모집한다. 시·소설·수필·평론·희곡·동화 등 문학장르를 가리지 않고 신춘문예, 문학전문지 등을 통해 등단했거나 출판계획이 있는 예비작가도 입주할 수 있다.

신예 작가 육성을 위한 창작공간은 광주문학관 2·3층에 2인 1실로 운영되는 데 사용료는 전액 무료다.

광주문학관이 들어선 각화동 시화문화마을은 2004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고가도로 아래 공간과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려 삭막하기 쉬운 공간을 ‘시와 그림’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장소로 꾸민 곳이다.

광주지역에서는 1990년대부터 ‘광역단체 중 광주에만 문학관이 한 곳도 없다’는 지역 문인과 문학단체들의 민원이 줄기차게 이어졌다. 이에 따라 1996년부터 공립문학관 건립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문학단체 등이 운영 주체와 건립지, 명칭, 전시콘텐츠 구성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다 토지 소유주와 민사소송 등이 이어져 20여 년 동안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숱한 논란 끝에 2009년 광주시가 12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가 문학단체 간 의견이 엇갈려 무산됐고 2013년에는 부지선정을 둘러싼 마찰이 불거지는 등 장기간 표류해왔다.

광주시는 우여곡절을 거친 광주문학관이 국내 문학계의 기둥인 광주문학의 가치를 지키고 시민들이 문학의 세계를 체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 위주 문학계 풍토에서 벗어나 지역 문학의 진흥을 꾀하는 창작기반과 문학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열린 문화시설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두원 시 문화도시조성과장은 “문학을 누리고 싶어 하는 시민과 작가들을 위해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복합공간으로서 지역 문학육성의 요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